2월 가계대출 9조 늘어…전세대출·주택담보 규제 피해 '막차' 수요 집중

2020-03-11 12:00
은행권 주담대 7.8조 늘어…전세자금 3.7조도 포함

지난 2월 금융권 가계대출이 9조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해 전세자금대출 규제와 12·16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적용되기 직전 이른바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렸던 덕분이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2020년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9조1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이 올해 1월(3조7000억원)이나 작년 2월(2조5000억원)과 비교해 매우 크다. 2018년 10월(10조4000억원) 이래 최대치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9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4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여기에는 안심전환대출 시행에 따라 비은행권에서 은행권으로 넘어온 대출 갈아타기 물량 1조원이 포함됐으나 이를 제외하고 보더라도 최근 2년 동안 최대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었다. 2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달보다 7조8000억원 늘었다. 이 역시 2015년 4월(8조원 증가)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에는 3조7000억원 규모의 전제자금대출도 포함돼 있다. 전세자금대출 증가폭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나타났다.

전세대출 규제가 1월 말에 시행되기 전 수요가 급격히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계약 시점과 대출 시행 시점에서 괴리가 있어 통상 2개월가량 효력이 늦게 나타나게 된다.

 

[자료=금융위원회]

정부는 고가주택 보유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새로 신청하는 경우 1월 20일부터 보증을 제한하고, 대출을 받아 다주택을 보유하게 될 경우 기존 대출을 회수하는 초강경 대책을 내놨다.

이와 유사하게 12·16 부동산 대책 직전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로 한 고객에 대한 대출이 2월에 실행된 경우도 많았다.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주택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규제 적용 전 막차를 탄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자금 계약 후 대출 시행까지 2개월 안팎의 시차가 있는데 대책 발표 직전 전세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 같다"며 "규제 효과는 앞으로 천천히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주택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늘어난 데다 1월 말 설 연휴 직후 결제자금까지 증가하면서 기타대출도 전달보다 1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은 전월(8조6000억원 증가)보다 5조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 규모가 줄었다. 대기업 대출이 회사채 발행 확대 영향으로 2000억원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대폭 하락했다. 1월 말 1.3%였으나 2월 말에는 1.1%로 0.2%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은행권의 수신은 전달보다 35조9000억원 큰 폭으로 늘었다. 돈 맡길 곳이 없는 기업이 단기 결제성 자금을 수시입출금통장에 넣어놓은 영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2월 중 가계대출 증가는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대출규제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취급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