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해 사실상 팬데믹(대유행) 단계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오후 4시 기준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확진자 집계 현황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총 10만6165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중 2만5470명이 중국 밖에서 감염됐다. 총 105개국이 확진 사례를 보고했다.

7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기준 전 세계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WHO는 여전히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확산 단계가 아직 아니라는 입장을 지키고 있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실상 팬데믹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학 감염병연구정책센터 소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지금이 대유행 단계라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WHO는 왜 아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데비 스리다르 영국 에든버러대학 국제공중보건학 교수도 현재 코로나19 확산이 팬데믹의 모든 정의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美 32개 州 확산...크루즈·CPAC, '슈퍼 전파' 우려

이날 코로나19는 미국 32개 주(州)로 급속히 확산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까지 미국에서는 총 433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고 미국 지역감염 발원지로 꼽히는 서부 워싱턴주에서 2명이 더 사망해 19명이 숨졌다. 같은 날 뉴욕주와 유타주는 지난주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수도 워싱턴D.C.에서도 첫 양성 추정 환자가 발생했다. 50대 남성인 워싱턴D.C. 추정 환자는 감염지역 여행이나 감염자 접촉 사실이 없어 또다른 지역감염 사례로 추정 중이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19가 백악관 문앞까지 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 코로나19 확진자는 향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입항하지 못한 채 캘리포니아 해안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는 3533명 전체 탑승객을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당국에 따르면, 전날 선내 의심증상자를 대상으로 한 1차 검진 결과 21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대규모 연례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참가자 1명이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자 보건당국은 '슈퍼전파' 사례로 번질까 우려를 내비쳤다.
 
◇伊 1일 확진 첫 1000명↑...유럽, 7000명 넘어서

아시아 바깥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7일 오후 6시 기준 5883명에 달했다. 전날 대비 1247명(26.9%) 늘었으며,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긴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누적 사망자수는 전날보다 36명 늘어난 233명으로, 중국 밖에서 가장 많다.

이탈리아 정부는 확산세가 줄지 않자 이날 밀라노와 롬바르디아주에 이어 북부 11개 주를 '레드존'으로 추가 지정하고 봉쇄령을 내렸다. 총 15개 주, 1600만명 규모로 이탈리아 전체 인구 4분의1에 해당한다. 오는 4월 3일까지 봉쇄할 예정이다.

같은날 프랑스 확진자 수는 하루 사이 336명 늘어난 949명, 독일 684명, 스페인 525명, 영국 209명 등을 기록해 유럽 내 감염자 수는 7000명을 넘어섰다.

한편, 중동 지역에서도 확진자 수(6218명)가 전날 대비 1155명(22.8%) 증가했다. 이중 1076명이 이란에서 나왔으며, 이란 내 누적 확진자 수는 5823명으로 세계 4위다. 이 중 145명이 숨졌다. 며칠 새 오세아니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서도 확산 속도가 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