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이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 제대로 인식할 때

2020-03-06 18:49

[엄태윤 교수]



지금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고 정부도 사태 수습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이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북한도 코로나19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지난 3월 2일 또다시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하였다. 북한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지난해 10월 5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미․북 간의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되는 등 북한과의 협상창구가 막히자,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북한 개별관광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금년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에 보건분야 공동협력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제안을 걷어차듯이 3월 2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데 이어, 3월 3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청와대에 대해 맹렬히 막말을 퍼부었다. 한편 3월 5일 청와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월 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19와 관련한 위로서신을 보내왔다”고 발표하였다. 도대체 북한의 진심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종료된 이후 미․북협상은 난항을 거듭해왔고 결국 소강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현재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거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2019년 5월부터 현재까지 총 14 차례에 걸쳐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하여 우리를 위협하였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우리나라를 사정권으로 하는 매우 위협적인 무기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물론 트럼프 정부도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관심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의 ICBM 발사이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지난 2년간 정부가 주도해왔던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갈 길을 잃었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었으나, 정작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였다. 상당히 실망스러운 일이다. 현재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북한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우리 자손들에게 한반도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그대로 물려준다는 것을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져온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2017년에만 해도 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UN의 제재를 받아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다. 중국과 러시아도 UN의 대북제재에 동참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지렛대로 삼아 국제사회 고립에서 벗어났으며, UN의 대북제재도 느슨해졌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UN의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UN의 대북제재 완화를 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북한은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을 디딤돌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편지를 주고받는 관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최근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는 ‘통미봉남’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연장을 파기한다는 결정을 내려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초래했고, 혈맹 국가인 미국으로부터 심각한 우려감을 낳게 하였다. 한반도에서 안보 차원의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상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 간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우리 정부에 대해 과도하게 예산 분담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은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되어야 할 문제다.

정부가 추진할 계획인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문제점도 살펴보자. 지난 2008년 7월에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박광자씨 피살 사건이 떠오른다. 북한이 여전히 각종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한반도에서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따라서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가 우려된다. 현재 UN의 대북제재가 가동 중인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독자적으로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할 경우, UN의 대북제재 조치가 희석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북한의 비핵화’라는 대북정책 기조도 남북협력사업으로 변질되어 당면과제인 북핵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에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현 상태로 잘 유지 관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어 미․북 간의 협상은 당분간 답보상태로 지속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대선 기간에 ICBM을 발사하여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어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지난 2년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진전 없이 꽉 막혀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이다.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북한이 금년에 30-40개의 핵탄두를 가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한반도는 지금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북한의 각종 위협적인 도발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압박을 통해 강력하게 경고해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구축함은 물론, 한․미․일간 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하고 UN의 대북제재를 더욱 촘촘히 해야 한다. UN의 대북제재를 지렛대로 삼아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 문제를 조속히 이행하도록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북한 개별관광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성급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부가 남북협력사업이라는 카드를 서둘러 사용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