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업계도 '코로나19' 타격···홈플러스, '무지방' 발주 중단

2020-03-04 17:32
무지방 우유, 출시 10여 년 만에 대형마트 입지 좁아져
코로나19 영향, 라면·HMR·생수 생필품 소비 증가···우유 매출 하락

홈플러스 본사가 있는 강서점 우유 매대에 무지방 우유가 빠져 있다. [사진=이서우 기자]

유업계도 코로나19 타격을 받고 있다.

4일 홈플러스는 매일유업 무지방 우유 발주를 2주 전부터 중단했다고 밝혔다.

대형마트는 보통 다양한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최대한 많은 상품을 갖춘다. 다만 홈플러스는 판매량을 기준으로 상품을 빼고 더하는 작업이 타사에 비해 신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매일유업 무지방 우유 발주 중단 역시 매출이 미미해 취한 조치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형마트에서는 물이나 라면, 가정간편식 구매가 늘고 있다. 우유는 '필수품'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매출이 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로 홈플러스에서 매일유업 무지방 우유 발주를 중단한 지난달 20일부터 26일까지 주요 식품 매출이 늘었다. 라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생수는 80%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이마트에서도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발생 시기인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무지방 우유 매출이 전년보다 한 자릿수 이상 줄었다.

반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즉석밥, 통조림, 생수 등 식품류 매출은 크게 뛰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즉석밥 36.9%, 라면 55.5%, 쌀 55.4%, 생수 37.5%, 통조림 75.6% 등 매출이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무지방 우유는 다이어트를 하는 20~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찾는다. 봄이 오고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해 예년 같으면 무지방 우유 매출이 오히려 늘었어야 한다"며 "코로나19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업체 관계자도 "백색시유(흰 우유)가 가장 대중적이고, 무지방 우유는 저지방 우유보다도 매출이 훨씬 미미하다"라며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말 그대로 구색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지방 함량을 낮춘 무지방 우유는 2000년대 초반 웰빙 바람이 불면서 등장했다. 다만 기능성 우유, 저지방 우유가 속속 등장하면서 점유율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이미 매일유업뿐만 아니라 남양유업의 무지방 우유 생산 비중은 전체의 한 자릿수 수준으로 미미하다.

코로나19 상황 종료 시기는 장담할 수 없다. 경기 침체에 저출산으로 수년째 매출이 제자리인 상황이라 유업계의 불안감은 더 크다,

유업체 관계자는 "구색 제품은 소비자의 선호도가 작용하기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구매 필요성이 낮아진다. 매출 하락을 예상했다"며 "마니아층이 있기 때문에 무지방 우유는 매출이 적어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우유류 생산실적은 2조4232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발효유류와 가공유류도 생산실적이 20% 이상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