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무기력에 빠진 대북정책, 결단이 필요하다

2020-03-04 09:22

[김영윤 대표]



북한이 지난 2일 초대형방사포 2발을 발사한 것에 대해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강한 우려와 함께 중단을 촉구했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에서 북한은 이 말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니나 다를까.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제1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의 담화를 통해 정의용 실장의 말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한마디로 주제넘은 처사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발사가 나라를 방위하는 군대의 훈련이자 자위적 행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도리어 반문한다. 우리의 합동군사훈련을 들어 “한반도의 긴장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답을 할지 궁금하다”고. 남한의 첨단군사장비 도입도 강하게 비난했다. 그것이 “북한을 공격하는 목적을 위한 것이지 농약이나 뿌리자고 들여온 것이 아니지 않으냐”는 것이다. 북한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남북관계가 이렇게 지속된다면 더 이상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에서는 어떠한 남북관계의 희망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통일부가 3일 때맞춰 내놓은 2020년 업무추진계획을 들여다봐도 그렇다. 남북관계 개선의 상대인 북한이 과연 우리의 제의를 받아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제시된 내용 대부분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행동을 하는 데는 아주 소극적이다. 남북관계가 개선이 되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니 그 개선을 누가 해야 한다는 말인가? 통일부가 계획 실현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는 아무 데도 없다. 통일부 스스로도 그저 남북-북·미 관계 소강국면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말만 하고 있을 정도다.

2020년 추진하겠다는 사업은 비무장지대의 국제평화지대화를 비롯, 북한 개별관광 추진, 북한과의 교류협력 다각화 등 다양하다. 교류협력의 다각화에는 철도·도로 등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협의 개시와 함께 스포츠 교류 등 남북공동행사가 포함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다. 개성 만월대의 공동발굴과 태봉국 철원성을 비롯, 녹둔도 이순신 유적 공동조사 등도 들어가 있다. 과연 금년에 가능할까? 현재와 같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작 중요한 대북 관계 개선의 방책이 보이지 않는다. 남한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북한을 어떻게 2017~2018년의 상태로 돌릴 수 있을 것인지, 이를 위해 필요한 국제적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보다 통일부는 2020년 바뀔 국민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는 “평화를 누리고 확산하는 비무장지대”를 만들고, “우리 국민들이 북한 방문을 비롯한 남북 교류에 참여할 수 있는 삶”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냉엄하게 토라져 있는 북한을 돌려세우는 대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어떻게 될까? 북한의 마음이 변하는 날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북·미관계가 저절로 풀리는 날만을 고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이 이 정부 하에서 과연 올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그렇지 않다면 불을 보듯 뻔하다. 남북 공동 4·27 판문점 정상회담 2주년도, 6·15 선언 20주년도, 광복 75주년도 물 건너가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무엇보다 지금의 남북관계부터 제대로 돌려놓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처절한 고민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고언을 하고 싶다. 우리 정부는 먼저 당면해 있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상황적 딜레마에서 빠져나올 결단을 해야 한다. 이는 남북관계가 도달해야 할 목표를 확고히 하는 데서 출발한다. 북한과 어디에 목표를 두고 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해야 남북관계 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목표 인식의 불명확성은 다음과 같은 데서 발견된다. 첫째, 대북 제재에는 미국과 “빛 샐 틈 없이 공조”하면서도 남북협력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추진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갖고 있지 않다. 둘째,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면서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전략자산을 대규모로 구입하고 있다. 어쩜 모순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이 강하게 거부하는 한·미합동훈련의 참가에는 소극적이면서도 미국의 결정에는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북·미대화 성사를 위한 중재자가 되고 싶어 하나, 이렇다 할 역할은 해내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신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으나, 북한의 비핵화를 실천할 수 있게 만드는 대안과 통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섯째, 대북 제재 하에서도 가능한 남북협력이 있다고 하면서도 북한이 응해 올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이런 모순적 상황에 천착해 있으면 그것이 바로 무기력이다. 무기력증에 더 이상 빠져 있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 탈출의 결단과 이를 위한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