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형태 바뀌는 스타트업②] 자율출근‧화상회의‧주4일제…“회사에 있을 이유 있나요?”

2020-03-04 07:58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를 선택하고 있는 기업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핑크퐁'과 '아기상어'로 유명한 콘텐츠 기업 ‘스마트스터디’는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이어 두 번째로 전사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현재 직원 255명 중 80%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밖에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소셜 트레이딩 기반 주식 플랫폼 ‘증권플러스'를 운영하는 두나무, 명품구매 플랫폼 '트렌비' 등도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특히 유치원·초등학생의 개학이 계속 연기되면서 육아부담이 있는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더욱 권장하고 있다.

사실 스타트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자율출근제와 화상회의, 주4일 근무제, 재택근무 등을 전방위로 적용해 왔다. 사무실 안에 앉아 있다고 해서 업무 효율이 오르는 않는다는 경험치에 기반해 자율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수평적인 문화 또한 유연한 근무 형태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 액셀러레이터 관계자는 “회사 자체적으로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있지만, 원래도 자유로운 근무환경이라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충격은 미약하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근무 상황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소셜벤처 중에서는 자녀를 둔 직원들을 위해 오전에는 재택근무, 오후에 사무실 출근을 제도화한 곳도 많다. 대기업과 달리 직원들에게 현금성 복지를 제공하기 힘든 스타트업은 근무 형태를 통해 업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 워킹맘을 배려한 제도이긴 하지만, 결과물로 성과를 판단하기 때문에 직원과 회사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하다.

한 소셜벤처 관계자는 “오전에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서 틈틈이 업무를 본 뒤 오후에 회사에 출근하는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출근시간을 이렇게 조정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엄청난 복지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는데, 평소에도 경험해왔던 근무형태라 낯설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시스코와 함께 개발한 화상회의 솔루션 '웹엑스 온 플립'.(사진=연합)]


사무실 출근뿐만 아니라 회의, 스타트업 투자 심사를 하는 IR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화상회의 솔루션이 진화하고 있고, 오프라인 행사도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디캠프(D.CAMP)는 장래성 높은 스타트업을 뽑는 디데이 행사를 사상 처음으로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만으로 진행했다. 오프라인에는 출전팀, 심사위원, 운영 직원 등 최소 인원만 모였다.

자율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업무 자체가 동료들과 얼굴을 맞대고 진행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재택근무나 화상회의가 자연스럽다”며 “코로나 이후 화상회의, 비대면 업무 관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