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코로나의 정치학…대선주자들의 3인 3색 행보

2020-03-02 16:16
이재명·박원순·안철수 서로 다른 3인 3색 행보
신천지 강제조사 vs 신천지 강제고발하고 전국 '격리운동' 제안 vs 의사 안철수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 [사진=아주경제 DB]

국내 확진자만 4212명이 넘는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차기 대선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리면서 주요 정치인들도 사태 극복을 위한 저마다의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이자 리더십을 시험할 계기가 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사태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의 전국적 확산의 계기가 된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의제를 전국 지역자치단체장 가운데 가장 먼저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신천지 종교시설을 강제 봉쇄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행정명령권을 발동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과천 신천지 총회본부에 진입해 신도 3만3582명에 대한 명단을 회수하고 강제 역학조사를 명령했다. 이 지사의 강제조사는 신천지의 조직 축소 및 은폐, 역학조사 방해 등 혐의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도 신천지에 대한 고발 등 법적조치를 밟지는 않았다.

이 지사는 "신천지본부를 강제조사해 필요한 신도 명단을 모두 입수했다"면서 "지금은 고발에 쓸데없는 행정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라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신천지 교인들도 우리 국민이고 도민이기 때문에 신도 개개인들이 가혹하게 책임질 일은 아니다"며 포용했다. 이 지사의 결단과 경기도의 발 빠른 행보에 대해 야권 일부와 여론에서는 대체로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코로나19 사태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신천지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죄·상해죄·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신천지 신도들이 검진을 거부하고, 방역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으며, 정부에 제출한 신도 명단이 거짓돼 방역당국의 업무를 방해한 만큼 형법상 살인죄 및 상해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전국에 2주간 '사회적 거리운동'도 제안했다. 기업은 재택근무를, 민간에서는 모임 및 외출을 자제하고, 개인은 철저한 위생에 힘써달라는 게 골자다. 박 시장은 이에 따른 소상공인의 경제적 지원과 온라인 판로개척을 돕고,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정책도 약속했다. 그는 과거 '메르스 사태' 때도 늑장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낫다며 적극적으로 행동해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바 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양복을 벗고 방호복과 마스크를 썼다. 안 대표는 지난 1일부터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 대표는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기초의학을 전공, 석·박사를 마친 뒤 1990년 단국대 의과대학 의예과 학과장을 맡은 바 있다. 안 대표는 아내인 김미경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의사)와 함께 대구 계명대 근처 모텔에 머물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의료봉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의사로 돌아간 것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메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 데 따른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안 대표가 대권주자로서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로서 현장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지난 1일 안 대표가 땀에 절은 모습으로 동료 의사와 함께 걸어 나오는 사진이 공개되자 여론에서는 "이제야 안철수가 돌아왔다"면서 "그동안 본 모습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모습이다"라는 폭발적 반응이 나왔다.

국가적 위기 상황 속에 드러나는 리더십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조지 부시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 당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단호한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며 재선에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부를 강타했을 때 과감하게 대선 선거운동을 접고, 재난 지휘부로 향했다. 샌디 사태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재해 대처 능력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재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와 메르스가 연달아 발생한 국가적 위기에 총체적 리더십 부재를 드러내 재선은커녕 탄핵의 수모를 겪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국민들은 위기의 국면에선 이를 해결할 강한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을 선호한다"면서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천재지변, 테러, 감염병 등 국가적 위기 속에 드러난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앞으로의 운명을 좌우할 터닝포인트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