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르포] ②"'고맙습니다' 플래카드 하나 걸어놓고 4년 동안 얼굴도 안 비치잖아요"

2020-03-02 07:22
강서을 '친문' 진성준 vs '친문 저격수' 김태우 매치업
시장 상인들 '정치 회의적' 반응...코로나 여파도
"장사 안 된다" 하소연..."정치 생각할 겨를 없다"


 


"선거 날까지 와서 굽신굽신하지만 선거 끝나면 '고맙습니다' 플래카드 하나 걸어놓고는 4년 동안 얼굴도 안 비치잖아요"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을 지역구의 대표적 전통시장 2곳(공항시장·방산전통시장)에서 만난 시장 상인들은 일제히 정치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숙이다가' 국회만 입성하면 '얼굴조차 보기 어려워지는' 정치인들의 반복된 행태에 진저리가 난 듯 상인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서을 지역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와 김태우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간 대결로 이른바 '친문 대 친문 저격수', '문재인  정권 대 보수야권 대리인 전(戰)'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그러나 실제 민심은 이러한 수식어보다는 '먹고사는' 문제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박씨는 "총선 때면 수도 없이 후보들이 온다. 누가 되면 뭐 하나 서민들은 다 똑같다"면서 "지금 우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기대해서 뽑았지만, 실망이 아니라 배신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자 정치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모양새였다. 공항시장서 20년째 철물점을 운영 중이라고 밝힌 이모씨(60)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장사가 안된다"며 하소연했다.

그는 "사람이 안 다닌다. 심각하다"면서 "코로나 전에도 경기가 안 좋았는데 코로나 이후로 더 안 좋다. 사람들이 움직이지를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지역 내 총선 분위기'에 대해 묻자 "지금 코로나 여파로 거기(총선)까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가 심하니 몸을 사리는 편이고 TV를 틀어도 항상 코로나잖아요. 그런 상황이죠"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공항시장역 인근 공항시장 모습 [사진=신승훈 기자]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방신전통시장에서 햇수로 15년간 분식점을 운영 중인 이모씨(53)도 21대 총선에 대해 "코로나 여파 때문에 이런 거 저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진성준 후보와 김태우 후보'의 대결이 펼쳐지는 것에 대해선 "김태우는 누군지 잘 모르겠다"면서 "정치 관련 유튜브를 조금씩 보고는 있기는 한데 너무나 많이 정치인들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방신전통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이순옥(66)씨는 "정치에 회의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4년 동안 뭐 했나 싶어요"라며 "맨날 싸우기만 하고 우리가 세금을 얼마나 내는 데 하는 일이 없지 않은가 싶다"고 말했다. 

강서을 지역에 대해 그는 "강서구는 당을 따라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제가 생각하기에 (미래통합당)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성태 의원이 아니면 민주당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방신전통시장 모습 [사진=전환욱 기자]


현재 강서을 지역은 김성태 의원이 18대부터 20대까지 내리 3선을 지내면서 강서구 내에서 유일하게 '보수색'이 살아 있는 지역이란 평가를 받는다.

인접 지역구인 강서구갑의 경우 신기남 전 민주통합당 의원(15·16·17·19대), 금태섭 민주당 의원(20대) 등 그간 진보 진영 후보가 우세를 보였고, 20대 총선에서 신설된 강서구병 지역에서도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깃발을 꽂아 강서구 내 새로운 진보 텃밭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강서을 지역구에선 민주당과 통합당의 선거 전략이 대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친문 진성준이란 '인물론'을 부각시켜 최대한 보수색을 차단하는 전략을 취하고, 김 후보의 경우 텃밭 이점을 활용해 '정권 심판론'에 주력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공항시장과 방신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만약 내일이 총선이라면 누구를 뽑을 것인지'란 공통 질문을 던져본 결과 '무투표'를 선언한 상인부터 야당심판 차원에서 "여당을 뽑겠다"는 상인, "마지막까지 고민할 것 같다"고 밝힌 상인까지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방신전통시장 입구 모습 [사진=신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