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다던 마하티르 말레이 전 총리, 새 총리에 반기

2020-03-01 17:59
"새 총리 취임했지만 상황 유동적...무히딘 국회 불신임 가능성도"

지난주 전격 사의를 밝혔던 마하티르 모하맛(94) 전 총리가 말레이 국왕의 새 총리 지명에 전격 반기를 들었다. 1일(현지시간) 무히딘 야신 새 총리가 취임했지만 총리직을 둘러싼 혼란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마하티르는 지난달 24일 깜짝 사의를 표명했는데, 안와르 이브라힘(72)에게 총리직을 넘기겠다던 종전의 약속을 무효화하고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됐다.

사의 표명 뒤 그가 임시 총리를 맡을 때만 해도 그의 계산이 들어맞는 듯 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국왕의 29일 새 총리로 무히딘 야신 전 내무장관을 지명하면서 상황은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당초엔 왕이 마하티르나 총리직 승계자로 꼽히던 안와르 이브라힘(72)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29일 국왕은 제3의 인물인 무히딘을 새 총리로 지명했다. 마하티르가 새 정부를 구성할 의회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밝힌 지 반나절 만이었다.

말레이시아 헌법은 국왕이 다수 의원의 신임을 받는 사람을 총리로 지명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왕은 마하티르 총리가 사퇴한 뒤 하원의원 222명을 차례로 만났다.

마하티르는 같은 날 밤 기자회견을 열어 하원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한 114명의 의원 명단을 공개하면서 긴급 의회 소집을 요청했다. 

무히딘은 1일 총리에 취임했지만 말레이 정치 관측통들은 무히딘이 국회에서 불신임 투표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실제로 무히딘이 국회에서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새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마하티르 지지자들도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무히딘에 반대하는 해시태그(#NotMyPM) 달기 운동을 벌이고, 쿠알라룸푸르 시내 독립 광장에 모여 시위를 열었다. 

 

무히딘 야신(72) 말레이시아 새 총리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