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멜트다운] "갑자기 마른 돈 줄" …정크본드 시장의 비명

2020-03-02 06:00
국채와의 수익률 격차 급등…ETF에서 자금 썰물

정크본드 시장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정크본드 투매에 나서는 조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리서치 노트를 통해 고위험·고수익 펀드들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일부 회사들의 신용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추세에 정크본드로 불리는 고금리·고위험 채권의 스프레드(국채와 정크본드 간 금리차)는 지난주 급등세를 이어갔다. 아이스데이터 서비스에 따르면 미국 국채 대비 정크본드의 스프레드는 지난달 21일 366bp에서 27일에는 462bp까지 올랐다. 다우존스 지수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자 정크본드 시장에서도 프리미엄이 급등한 것이다. 이처럼 회사채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당장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도 멈춰섰다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크본드 가치가 하락하면서 펀드 환매도 줄을 잇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8일 "지난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고위험·고수익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의 규모는 68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이 중 40억 달러는 블랙록의 정크본드 ETF인 HYG 환매액이 차지한다"고 EPFR 글로벌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달 25일 하루에만 HYG 환매액은 15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루 환매액으로는 사상최대치다. 지난 1월 해당 펀드자산은 200억 달러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에는 140억 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둘째로 큰 규모의 정크본드 펀드인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JNK는 지난달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총 12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25일 하루에만 8억9000만 달러가 빠져나갔으며, 이는 2007년 펀드가 출시된 이래 하루 환매량으로는 최대라고 FT는 지적했다.

정크본드 투자 펀드들의 수익률 하락이 대규모 환매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의 17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하이인컴어드벤티지펀드는 모닝스타의 하이일드 본드 그룹에서 지난 일주일간 3.5% 하락을 기록하면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누빈의 하이이컴 채권 펀드 역시 지난주 2.1% 하락했다.
 
미국의 누빈자산운용 토니 로드리게즈(Tony Rodriguez) 채권전략본부장은 FT에  "최근 정크본드 투매 현상은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시킨다"면서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경기침체를) 기본적으로 가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보다 더욱 하락할 가능성은 높다"고 지적했다.
 
정크본드를 발행하는 기업들은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이 낮다. 때문에 갑작스러운 경기 하강에 대한 저항력도 약하다. 이에 따라 프리미엄 상승이 지속될 경우 한계 기업을 중심으로 회사채 디폴트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에너지업계의 경우 최근 유가 급락으로 수익성이 하락했으며, 회사채 프리미엄도 높아지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정크본드 시장은 최근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추가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