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사실상 '해체' 수순... 서울시 법인 취소 검토
2020-03-01 14:58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 법인 해체 가능... 믿음 강요는 못해
실제 집회를 막으려면 '긴급 행정명령' 등 후속조치 필요
실제 집회를 막으려면 '긴급 행정명령' 등 후속조치 필요
서울시가 '신천지 관련 법인들의 허가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사실상 해체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신천지 관련 단체들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공권력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강제조치이기 때문이다.
28일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코로나19 현황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가 (비영리법인) 허가취소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며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한 경우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한 경우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경우 법인을 강제로 해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신천지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취소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천지 관련 법인설립 취소 검토 사유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상황에서 협조하지 않았던 것뿐만 아니라 본사 주소를 제대로 게재하지 않는 등 비영리 법인의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해서 신천지의 사회 통념에서 벗어나는 전도 활동에 대한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되면 신천지 교회는 비영리 사단법인 자격으로 받던 조세감면이나 기부금 관련 영수증처리 등 세제조치는 물론 각종 행정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신천지 교회는 '새하늘 새땅 증거장막 성전 예수교선교회'라는 이름으로 법인 등록돼 있다. 대표자는 이만희다. 2011년 11월 서울시로부터 '영원한 복음 예수 선교회'란 이름으로 법인설립을 허가받은 뒤 이름을 바꾸었다. 이전부터 법인 설립 문제를 두고 서울시, 경기도와 마찰을 빚자 다른 이름을 사용해 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자도 처음엔 전병수였다가 설립허가를 받은 뒤 이만희로 변경됐다.
법인 목적과 사업 내용은 ‘영원한 성경 복음의 전도 전파 및 관련 간행물 교재 발간’, ‘하느님 나라 문화 복음 및 창달’ 등이다.
김재현 변호사는 “현재 상황과 설립 취소 요건 등을 따져보면 서울시가 신천지 법인 설립 허가취소를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추측해보자면 서울시는 이미 신천지 법인 허가취소를 정하고 요건을 구성하는 중이라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청문회에서 소명을 하긴 하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설립 허가 취소는 청문회를 거친 뒤 취소되는 사유와 사단법인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심사를 해 이뤄지게 된다.
법인설립이 취소돼도 신천지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갖는 모임까지는 막을 수 없다. 법률적으로 '해체'되더라도 실체를 없애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경기도의 사례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질서유지나 안전, 보건 등을 이유로 신천지 교인들의 집회를 막는 '긴급행정명령'를 발표할 수는 있다. 지난 2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도내 신천지 종교 시설을 강제 봉쇄하고 집회를 금지하는 긴급행정명령을 시행했다. 긴급 행정명령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47조 및 제 49조에 따른 것으로 시·도지사에게 권한이 있다. 현재 서울시, 전북도, 원주시, 광주시 등이 코로나19 확산에 긴급행정명령을 발동해 신천지 활동을 금지했다.
한편 신천지 교회 측이 실체를 숨긴 채 다른 형태로 법인설립을 신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천지 관련 법인을 해체하더라도 신도 개개인들이 잔존해 있는 이상 언제든 대체 법인 설립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는 사단법인을 등록하면 회원의 구성까지 모두 살피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18년 11월부터는 종교 단체의 전문가들과 함께 인허가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법인 설립 허가 심사가 강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