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땐 4월 인하 가능성

2020-02-27 18:16
한은 "내달 정점···단기 악재로 판단"
내달 미연준 금리 결정도 지켜봐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27일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것은 코로나19 피해 확산이 다음달 중 정점에 이르고, 이후 진정될 것을 전제로 한 조치였다. 코로나19로 단기적 경기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금리를 인하할 만큼 추세적으로 경기가 침체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진정되지 않고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가 '나락'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 금통위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후 금통위 결정은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결정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통위 통화정책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애로 요인은 코로나19의 확산"이라며 "사스·메르스와 같은 과거 감염증 확산 때보다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국내 수요·생산 활동의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감염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에 주로 기인한다"며 "현 시점에서 금리 조정보다 미시적인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높은 가계대출 증가세 △수도권 지역 중심의 주택가격 급등 등을 이유로 금융안정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코로나19가 3월 중 정점을 이루고 이후 안정화될 것을 전제로 했다"며 "(코로나19 피해가) 장기화할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1.25%)을 감안할 때 필요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아직은 남아 있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향후 금리인하 카드를 언제든지 꺼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4월 금통위까지는 금리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코로나19 피해가 확대되면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 피해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재정지원으로 대응해야지, 금리정책을 펼치기에는 미치는 영향이 워낙 광범위해 부적절하다"며 "부동산 시장과 외환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금리를 내리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성 교수는 "경기가 계속 나빠지고 있어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2분기에 완전히 가라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당분간 동결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경기의 추세적 변화보다 일시적 충격 형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아직까지는 대체적이어서 4월 금통위에서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만약 다음달에도 코로나19 사태가 확대된다면 변화한 모습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달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지 않고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4월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커질 수 있다. 3월 임시 금통위를 열고 한은이 선제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 총재는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불확실하게 전개되고 있으나, 임시 금통위 개최까지 염두에 둘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