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부동산대책] 전문가들 "부동자금 넘치는데 집값 잡히겠나?"

2020-02-20 15:00
집값 상승세 높은 용인·성남 등 규제 빠져 미봉책
타 규제지역과 마찬가지로 단기 관망세 후 뛸 것
시장 "부동산 불패 학습효과…영향 미미하다 중론"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확대 및 주택담보대출 강화를 골자로 한 2·20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대해 "가격 상승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인 관망세 이후 집값이 다시 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예상대로"라는 반응이다.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의 경우 서울과 유사하게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수요가 늘면서 지역 내 입지별 집값 양극화가 발생하고 특정 지역의 집값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 임이슬 기자]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안정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10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을 감안할 때 조정대상 지역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집값을 잡기에 역부족이란 것이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수원과 안양, 의왕시뿐 아니라 용인과 성남, 구리, 인천 등지의 집값도 크게 올랐는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부동자금이 많은 상황에서 공급대책이 이뤄지지 않고 부동산은 언젠가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집값이 잡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통계 기준 지난해 12·16 부동산 안정화 대책 이후 수원시(7.12%) 외에도 용인 수지구(4.42%), 용인 기흥구(3.27%), 구리시(2.31%) 등지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현재 조정대상지역인 수지구와 용인, 구리시는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 발표대로면 총선 뒤에 추가대책이 당연히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용인과 성남 부동산가격이 급등한다는 기사에도 불구하고 빠졌다는 점이 의아하다. 그동안 대출규제가 계속돼 왔던 만큼 시장에서 받아들일 충격은 약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미 조정대상지역이었던 수원 팔달구나 용인 수지, 구리시 등지나 투기과열지구였던 광명시 일대 가격상승이 연초부터 꾸준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지정된 지역들의 수요가 급격히 얼어붙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9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까지 줄였지만,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해 가격상승 불씨가 남았다"며 "계속된 규제로 내성도 생겼으며, 풍부한 부동자금과 저금리기조로 유입된 부동산 투기수요는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자금 풍부한 상황에서 핀셋규제가 풍선효과를 유발한다는 사실이 12.16대책 이후 명백한데도 특정 지역에 특정 가격대 기준으로 대출규제 강화하는 건 다른 지역으로 투기바람을 옮기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또 임 교수는 "이미 시장참여자들은 다음에 어디가 좋은가 찾기에 들어갔다"며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투기이득을 차단해야 한다. 이미 투기가 일어난 지역을 사후에 막는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규제지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규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우수한 입지의 단지로 수요가 몰려 집값을 띄우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화된 조정대상지역 내 대출규제.[자료 = 국토부]


수원시 장안구 친구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당분간 조정받다가 광교처럼 오른다고 예상하는 중"이라며 "광교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내려가지 않았다. 교통호재(신분당선 연장)가 발표되고 바로 1억씩 뛰어서 규제는 예상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의왕시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미 살 사람들은 샀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다"며 "규제지역 집값은 오히려 올라간다는 학습효과가 있어서 오히려 좋아하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 따라 21일부터 수원시 영통·권선·장안구 3곳과 안양 만안구, 의왕시까지 총 5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다.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중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로 제한된다. 이는 기존 60%에서 10%포인트 강화된 수준이다. 대출규제는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된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2주택 이상 보유 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대상이 된다.

이에 더해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에는 △자금조달계획 신고 △LTV·DTI 규제 강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주택담보대출 만기연장 제한 등이 추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