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코스닥 활성화] 나스닥 표방했던 코스닥··· 현실은 '2부리그' 취급
2020-02-20 08:00
‘한국의 나스닥’을 표방하고 출발한 코스닥시장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양과질 면에서 소기의 성과도 있었지만 별개의 시장으로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연말 기준 241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283조원)에 비하면 15% 가까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장기업 수는 1266개에서 1405개로 10% 넘게 늘었다. 시장의 ‘덩치’는 커졌지만 질적 측면에선 뒷걸음질 친 셈이다.
'원조'로 볼 수 있는 나스닥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해만 무려 35.2%가 상승했다. 연말에는 1971년 개장 이후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는 시장을 이끌던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에 더해 폭등 중인 테슬라까지 합류해 9500선을 넘어 1만포인트를 넘보고 있다.
물론 코스닥과 나스닥을 비교하는 것은 실례일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나스닥은 IT·기술주 위주의 입지를 굳힌 데 반해 코스닥은 독립적 위치를 갖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처음 목표는 어땠을지 몰라도 왜 나스닥처럼 되지 못하냐고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시작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모델을 지향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코스피 상장 전 머무는 '2부리그'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시총 2위 기업이던 카카오, 1위 기업이던 셀트리온이 한 달 여 차이를 두고 연이어 코스피로 이전상장 하면서 이런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네이버, NC소프트 등 현재 한국 증시의 대표적 IT기업들도 한 때는 코스닥 시장의 간판이었다"며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겨가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의 성장이 뒤쳐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전상장이나 '코스피 직행'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결과 시장 참여 기업들의 경쟁력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기관과 외국인 등 큰손들의 투자도 줄었다. 주가 변동성도 커지며 테마주를 쫓거나 단타 매매가 성행하는 시장이 됐다.
코스닥시장의 성장 동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성격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정부의 정책 방향도 그렇다. 미래의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성장성 위주의 시장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코스닥벤처펀드 조성, 특례상장제도 확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기관 자금 유입과 함께 성장 기업을 위한 시장으로 성격을 확립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본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거품이 발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출범 직후 급성장했으나 무리한 운용 사례들이 나타나며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