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2B 발사 성공으로 얻은 자신감... 국산 통신·항법위성 개발로 확대

2020-02-19 13:00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환경관측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 발사 성공
항우연, 위성 개발 원천기술 국산화... 통신위성과 항법위성 개발에도 적극 나설 계획

"첫 교신을 했습니다. 발사 성공입니다."

숨 막히는 37분이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환경(해양)관측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2B호가 발사 후 37분이 지난 19일 오전 7시55분(한국시간) 호주 야사라가 SSC 관제소와 첫 교신을 했다. 천리안 2B호가 발사체로부터 성공적으로 분리돼 위성궤도에 진입했다는 신호다. 위성발사 성공 사실이 알려지자 발사 현장에선 국내 항공위성 관계자 50여명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천리안 2B호는 19일 오전 7시18분(한국시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발사체 ‘아리안5ECA’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발사 31분 뒤인 7시49분 발사체로부터 분리됐고, 이어 첫 교신에 성공했다. 발사 후 한 시간 뒤에는 태양전지판을 펼쳤다.
 

천리안위성 2B호를 싣고 발사되는 아리안5ECA 발사체.[사진=기아나 공동취재단 촬영]


현재 천리안 2B호는 지구 주변을 가까울 때는 약 250㎞ 멀 때는 약 3만5800㎞ 떨어진 채 긴 타워형 궤도로 돌고 있다. 2주 뒤에는 3만6000㎞ 상공을 원형 궤도로 돌도록 움직임을 수정한 후 한반도 상공인 동경 128.25도에 진입할 계획이다. 이후 궤도상 운용시험에 돌입한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천리안 2B호는 7개월에 걸친 궤도상 운용시험을 거쳐 올해 10월부터 해양오염 관측을, 내년 1월부터 대기오염 관측을 시작해 본격적으로 10년에 걸친 관측 임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향후 10년 동안 한반도 주변 대기와 해양 환경 변화를 동영상 찍듯이 지속적으로 관측해 지상으로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천리안 2B호는 국내 독자 기술로 완성된 위성일 뿐만 아니라 높은 설계 난이도가 요구되는 비대칭 형태의 위성 제작 기술을 국산화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일반적으로 위성은 안정성을 위해 대칭형태로 제작한다.

천리안 2호(A, B) 역시 대칭형으로 만들려했지만 환경관측센서인 젬스(GEMS)와 같은 고성능 탑재체를 싣기 위해 태양전지판을 1개만 탑재하는 비대칭 구조를 택했다. 젬스는 지구에서 반사되는 에너지를 측정해 대기상태를 파악하는데, 태양전지판이 근처에 있으면 에너지 간섭이 있어 정확한 정보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대칭 위성은 대칭형 위성보다 자세 제어에 불리한 점이 많다. 약간만 자세가 틀어져도 지상에선 수십㎞의 오차가 생긴다. 항우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밀 위성 운용 기술을 개발하고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천리안 2A호와 2B호를 개발하면서 한국은 정지궤도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위성구조체, 열제어부분품, 전력분배장치 등 핵심부품을 국산화했다. 비행 소프트웨어와 관측영상기하보정시스템 같은 소프트웨어도 독자 개발했다. 이렇게 확보한 정지궤도 국산화 기술을 향후 공공과 민간에 개방해 국내 위성 산업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정부가 항우연이 주도한 공공연구 결과를 민간에 빠르게 이전해 민간기업이 위성을 포함한 우주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성발사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항우연은 향후 통신위성과 항법위성 개발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임 원장은 "대부분의 통신위성이 외국에서 만들어져 운용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지궤도위성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만큼 통신위성과 항법위성도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