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코로나19 홍콩·태국 등 亞 신흥시장도 타격

2020-02-17 18:38
중국 의존도 높아 덩달아 경제 악화 일로
피해 수습 재정 지출 증가로 이중고 겪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장기화가 홍콩·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의존한 관광 산업을 덮치는 동시에 각 정부의 재정 지출을 늘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폴 찬 홍콩 재무사장(장관)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 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홍콩 경제에 '쓰나미와 같은 충격'이 몰아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날 내놓은 성명문에서 "코로나19 사태 수습을 위해 사용한 자금으로 재정 여력이 줄어들면서 다음 회계연도는 기록적인 재정적자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코로나19가 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소매업·요식업·관광업을 넘어섰고 쓰나미와 같은 충격이 실업률을 빠르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직접 피해를 본 업종에 대한 보상지원금을 비롯해 200억 위안(약 3조4000억원) 규모의 방역 기금, 47억 위안의 의료 지원금 등을 지출했다.

지난달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홍콩은 조만간 민생 정책을 위해 100억 위안을 추가로 지출하고 중국 본국에는 50억 위안 규모의 추가 방역기금을 요청한 상태다. 반면 재정 수입을 늘려줄 경제 성장률 전망은 이를 쫓아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은 앞서 2020 회계연도에서도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 이후 15년 만에 재정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재정 여력이 매우 작은 상태다. 홍콩 시위 사태로 소매업과 관광업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관광 성수기인 작년 10월 당시 홍콩을 찾은 중국 본토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했을 정도다.

찬 재무사장은 작년 말 "홍콩 시위의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가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 회계연도 동안에만 GDP가 전년 대비 1.3% 감소하며 정부 재정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태국 경제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 방콕포스트가 인용한 말레이시아의 RHB은행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태국 경제는 35억1000만 달러(약 4조1530억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디플로마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태국을 찾은 중국인은 1100만명으로 전체 태국 관광객의 27.6%를 차지한다. 태국 GDP에서 관광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12~20%에 달한다. 지난 7일 태국 정부가 예측한 올해 중국인 예상 관광객 수는 900만명으로 작년보다 무려 18% 감소했다.

태국 카시콘은행이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3~6개월간 지속할 경우 태국의 명목 GDP를 0.09~0.13% 낮출 수 있으며 경제 피해 추정액도 5억~7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국의 2019년 명목 GDP 추정치는 5167억 달러이며, 작년 GDP 성장률은 지난 5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인 2.4%에 그쳤다.

한편, 동아시아의 무역 허브 역할을 하는 싱가포르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수습 비용으로 5억 달러가량을 지출하기로 하면서, 올해 20년래 가장 큰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서있는 홍콩 시민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