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의 시대 열리나] ①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구독의 시대 리더들

2020-02-17 08:11
1억명 넘는 전 세계 유료 가입자수 확보한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 영상과 음악 구독 서비스 리더
'차별화가 어렵다' 구독 서비스 약점 해결코자 독점 콘텐츠 확보나선 업체들

구독의 시대가 오면서 구독 서비스를 주력으로 삼는 회사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등장한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급격히 성장해 세계 최고의 회사 가운데 하나로 당당히 우뚝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다. 넷플릭스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스포티파이는 음악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둘 다 영상과 음악 분야에서 세계에서 손 꼽힐 정도로 많은 디지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 DVD.[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는 구독 서비스의 개척자다. 다른 구독 서비스들은 디지털 콘텐츠가 등장한 후 시작된 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매개체가 아직 아날로그에 머무르고 있을 때부터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1999년, 넷플릭스는 월 5달러만 지불하면 넷플릭스가 보유 중인 영상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실 넷플릭스의 구독 서비스는 디지털의 시대가 열리기 전에 시작된 것이라 제약이 많았다. 콘텐츠가 담긴 매개체는 DVD였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DVD의 숫자에도 한계가 있어 한 번에 하나의 콘텐츠만 가져와서 감상할 수 있었다. 감상한 콘텐츠가 담긴 DVD를 반납해야 다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었다.콘텐츠를 집까지 가져오는데도 제법 시간이 걸렸다. 이러한 제약들 때문에 넷플릭스의 구독 서비스는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당연히 넷플릭스도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격히 변함에 따라 구독 서비스의 가치는 크게 상승했다. 구독 서비스의 단점으로 꼽히던 것들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콘텐츠 전달의 매개체가 비디오 테이프, DVD에서 인터넷으로 바뀜에 따라 넷플릭스는 한 번에 수 많은 콘텐츠를 즉시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사용자는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한 즉시 감상할 수 있었다. 반납이란 절차는 통째로 사라졌다. 단점은 없어지고 장점만 남았다. 영상 콘텐츠를 구매하지 않고 넷플릭스의 구독 서비스를 통해 감상하는 사용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핸 영상 콘텐츠 구독을 시작하고 21년이 지난 현재 넷플릭스는 1억5000만명 이상의 가입자(구독자), 158억 달러의 연매출(2017년 기준)을 기록한 세계에서 손꼽히는 콘텐츠 사업자가 되었다.

 

[사진=스포티파이 제공]


구독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스포티파이도 빼놓을 수 없다. 스포티파이는 세계 최대의 음악 구독 서비스다. 약 1억1300만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가 2008년 시작된 스포티파이의 음악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구독 서비스가 이 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둘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여러 경쟁 서비스가 존재한다. 넷플릭스에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스포티파이에겐 애플 뮤직, 유튜브 레드(국내에선 단순히 유튜브에 걸린 제약을 풀어주는 반쪽짜리 서비스이지만, 원래 유튜브 레드는 구글 플레이 뮤직에 올라온 대부분의 음악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존재한다. 경쟁자들 역시 다양한 콘텐츠와 저렴한 구독비로 전 세계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만 사업을 전개하는 로컬 구독 서비스도 존재한다. 이들은 사업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는 식으로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과 같은 글로벌 구독 서비스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웨이브, 왓챠플레이, 멜론, 플로 등을 들 수 있다.

◆구독 서비스 업체가 독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

구독 서비스의 공통된 약점은 차별화가 힘들다는 것이다.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라 유통자들이다. 생산하는 업체는 따로 있다. 콘텐츠 생산자들은 하나의 콘텐츠로 최대한 이익을 거두기 위해 여러 구독 서비스에 자신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A라는 구독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가 B, C라는 구독 서비스에도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아보이니 사용자들은 어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때 가장 효율적인 차별화 방법은 구독료를 인하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는 수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는 그 특성상 콘텐츠 수급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때문에 넷플릭스 같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한 업체를 제외한 대다수의 구독 서비스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독료를 인하하는 것은 적자의 규모를 늘릴 수 있어 실제로 실행하기 어렵다. 또한 구독료를 인하하는 것은 쉬워도 올리는 것은 구독자들의 반발 탓에 어렵다. 때문에 설령 이익을 내고 있더라도 기업은 쉽사리 구독료 인하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 없다.

때문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다른 방법을 이용해 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른 구독 서비스에서 찾을 수 없는 흥미로운 독점 콘텐츠를 제공해 사용자들을 자신의 구독 서비스로 끌어들이는 비즈니스 방식이다.

독점 콘텐츠는 크게 익스클루시브(exclusive) 콘텐츠와 오리지널(original) 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 둘 다 다른곳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라는 뜻을 담고 있지만, 사용법이 조금 다르다.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는 특정 콘텐츠 제작자와 계약해 해당 공급자가 제작한 콘텐츠를 특정 구독 서비스에서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직접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 만들어낸 콘텐츠를 자사의 구독 서비스에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 구분법은 미국 정도에서만 이용하는 방식으로 다른 국가에선 둘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독점(exclusive) 콘텐츠라고 부른다.)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 업체들은 투자 금액을 나날이 늘려나가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2019년에만 150억달러를 투자했고, 올해에는 178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등 넷플릭스의 경쟁사들도 독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이에 못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콘텐츠 측면 뿐만 아니라 독특한 사업 모델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구독 서비스도 있다. 대표적으로 스포티파이를 들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모든 음악은 PC에서 무료로 구독할 수 있다. 다른 구독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스포티파이만의 강점이다. 이를 통해 스포티파이는 수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세계 최대의 음악 구독 서비스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에선 스포티파이가 보유한 음악 가운데 일부만 무료로 구독할 수 있다. 모바일에서 모든 음악을 구독하려면 돈을 내고 프리미엄 구독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무료 구독 서비스로 사용자를 끌어들인 후 의도된 불편함을 끼워넣음으로서 사용자들을 유료 가입자로 유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통해 스포티파이는 2억명에 달하는 전체 구독자들 가운데 절반 정도인 1억1300만명 이상을 유료 구독자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