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부자들] 무일푼으로 '내 집 마련+재건축 투자' 성공한 37세 직장인

2020-02-17 06:00
전세 끼고 대출받아 산 집 2년 만에 3억5000→6억원으로
역세권·학세권 입지에 대지지분 넓은 매물찾기 관건
매수 후 영등포교도소 개발+재건축 추진 호재 연속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제보자가 매수한 한효아파트 전경. [사진 = 네이버 로드뷰]


아파트부자들 여섯 번째 주인공은 2년여 전 무일푼으로 내 집 마련과 재건축 투자에 성공한 37세 직장인 A씨다. 그는 이를 발판 삼아 최근 빌라에 투자해 10억원대 부동산 자산가로 거듭났다. 소위 '영 앤 리치'다.

"서른 중반쯤 되니까 아이 낳고 복직하거나 육아하는 주변 친구들이 1000만~2000만원으로 오피스텔 투자를 많이 하더라고요. 친구들 따라서 부동산에 관심을 갖게 됐죠."

"저는 적은 투자금으로 임대수익을 얻기보다는 저평가된 재건축 예정지 매물을 사두면 크게 돈을 벌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집값이 다 오른 마당에 마땅한 곳을 찾는 게 힘들었습니다." 

"개발 호재가 있으면서 학교와 지하철이 가깝고, 재건축 걸림돌이 없는 구축 아파트 위주로 물색했어요. 투자금이 많지 않아서 전셋값하고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아야 했어요."

이런 기준으로 지난 2017년 말 선택한 아파트가 구로구 고척동 한효아파트 111㎡(34평)다. 매매가 3억5000만원에 전세 2억5000만원을 끼고 차액은 대부분 신용대출과 일부 개인자금으로 충당했다. 지난해 말 전세금이 3000만원으로 올라 개인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고 대출을 일부 갚았다고 한다.

입지는 단지 반경 1㎞ 내에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초·중·고교가 7곳이나 있고 지하철 1호선 구일역과 개봉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입지다.

준공일이 1985년으로 조만간 재건축될 가능성이 있고, 내·외부가 깔끔해 전셋값을 높게 받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고 한다.

가장 큰 장점은 56㎡(17평)에 달하는 대지지분에다 주택부지 내 상가가 없어 상가-주택 조합원 간 갈등 요소가 적다는 점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한효아파트 대지지분은 고척동 구축 아파트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대지지분이 넓을수록 조합원이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 평형도 커진다.
 

한효아파트 재건축 추진 운영위원회가 단지에 걸어놓은 현수막들. [사진 = 김재환 기자]


"단지에 가보니까 땅은 넓은데 가구 수가 얼마 안 돼서 대지지분이 넓고 일반분양이 많이 나오겠다 싶었어요. 나중에 중소형으로 두 채 받으려고 가장 넓은 평형을 매수했죠."

"어디에도 이 정도 가격에 33평 매물을 찾을 수는 없었어요. 제가 봤을 때는 저평가 우량주였는데, 주변에서는 공인중개사까지 말렸어요. 3억원도 아깝다고, 그렇게 싼 데는 이유가 있는 거라면서요."

실제로 한효아파트 시세는 인근 단지보다 무려 1억~2억원이나 저렴했다. 준공 14년차 벽산블루밍 아파트 110㎡ 실거래가격이 5억1000만~5억5000만원대였고 바로 옆 동아한신아파트 106㎡가 4억~4억3500만원에 거래되던 때다.

"근데 제 생각에는 살기에는 몰라도 투자목적으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재건축되면 어차피 신축 아파트값을 따라잡으니까 오히려 차익이 가장 크다고 본 거죠."

"개발 호재도 있었어요. 영등포교도소 개발사업인데, 하도 사업이 고꾸라져서 다들 안 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제 생각은 달랐어요. 땅을 다 밀어놓았으니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구로구의 숙원 사업인 고척동 100번지 일대 10만㎡ 규모 영등포교도소 개발사업은 2017년 12월 최종 승인됐다. 교도소 이전계획이 나온 지 17년 만이다.

개발부지는 바로 앞 도로 건너편이다. 이곳에는 오는 2021년까지 2200가구 규모 최고 45층 아파트 단지와 도시공원, 도서관 및 보육시설, 구로세무서 등이 들어선다.

이에 맞춰 집값도 가파르게 올랐다. 주변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현재 한효아파트 111㎡ 시세는 6억~7억원대로 추정된다. 최근 매물이 사라진 탓에 지난해 10월 저층 실거래가 5억2500만원에 웃돈을 더한 가격이다.
 

영등포교도소 개발계획 토지이용계획도. [자료 = 한국토지주택공사]


매물이 자취를 감춘 이유는 재건축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초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지난해 10월 구로구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낸 상태다.

한효아파트 재건축 추진 운영위원회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조합을 출범하는 일정으로 총회를 준비 중이다.

향후 관건은 용적률 175%에 건폐율 17%, 10층짜리 아파트를 얼마나 높이, 더 많이 지을 수 있는지다. 단지 바로 앞 고척4구역 '고척 아이파크'는 용적률 270%에 최고 45층으로 인허가를 받았다.

"저는 정말 최저점에 투자로 들어갔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는 말렸지만, 입지부터 대지지분, 재건축 가능성 등등을 열심히 공부해서 확신을 얻은 결과죠."

"다음에는 어느 아파트가 뜰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마도 한 10년쯤 지나고 나면 명실공히 아파트부자가 돼 있지 않을까요?"

"젊을 때 돈이 없는데 어떻게 투자하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저처럼 평범한 회사원만 돼도 어떻게든 방법이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