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꿈꾸는 인류, 환경오염의 '수명'역습에 대비하라

2020-02-26 10:27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21)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투더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편집자주>



다윈이 진화론을 구상하는 데 큰 영향을 준 이론 중의 하나는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의 인구론이었다. 인류가 살아가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그 안에서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파국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은 다윈이 생명체 생존의 조건에 대하여 깊이 성찰하게 된 계기가 된다. 그러나 인류역사가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생산력이 증대되며 인구도 급증하게 되었다. 인간의 힘이 아닌 화력, 증기력이 활용되면서 인간의 능력은 증대되었고 이후 전기력의 활용은 현대의 인류를 만들었다. 더불어 인구도 계속 증가하면서 맬서스의 우려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생산력을 증대시켰고 식량확보의 문제를 고식적 방법이 아닌 경작지의 확대, 종자개량과 생산효율 개선을 통하여 전연 새로운 차원에서 해결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인류는 이제는 자연환경만이 아닌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인간이 초래한 새로운 낯선 인공환경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인간에 의하여 초래된 환경적 문제들이 더 이상 자연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어떤 임계치를 벗어난 상태로 들어서고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다윈의 진화론적 개념으로 보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유전적 돌연변이와 그에 따른 최적자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럴 만한 시간 여유도 없게 되었다. 자연환경을 넘어 인공환경에 대한 대응은 진화론적인 방법이 아닌 인간의 노력과 설계에 따른 인위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그동안 인류가 향유해온 수명증가도 제한을 받게 되었다. 지속적 장수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단순거주 공간문제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및 지구 전체의 공간에 제기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우선 해결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오염원의 축소와 오염물질의 제거 그리고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인체 보호라는 세 가지 측면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환경오염원의 적극적 생성억제가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다. 환경오염원으로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에너지원이다. 전기를 발생하고 자동차를 움직이고 산업동력을 제공하는 에너지원으로 석탄과 석유가 그동안 크게 기여하여 왔다. 이들 화학적 탄소에너지는 에너지화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환경오염원을 제공하고 특히 발암원성 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응하여 자연적 물리력을 이용한 풍력에너지, 광에너지, 조력에너지 등이 개발되고 있으나 그 규모 면이나 경제성과 효율성 면에서 아직도 개발해야 할 여지가 아득하다. 환경오염원 발생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수소에너지가 개발되어 환경을 오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화학에너지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로 제기된 원자력에너지는 효율과 경제성 면에서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으나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지구상에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피되고 있다. 스리마일 원자로 사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은 그 재난이 미치는 공간적 규모와 시간적 장기성으로 공포를 가져오기에 충분하였다. 에너지원 이외에도 각종 화학적 오염원이 주변에 널려 있다. 특히 비스페놀A로 대표되는 화학적 오염원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인체에 복합적 위해를 가져오며 이 밖에 방부제, 제초제, 방향제, 가소제, 포장제, 플라스틱용기에 사용되는 재료들이 모두 난분해성으로 환경오염원이 될 뿐 아니라 환경호르몬으로 전환할 수 있어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화학물질을 자연산 천연의 재질로 바꾸든지 분해가능 형태로 전환해야 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다.

다음으로 환경오염원의 제거문제이다. 대부분 환경오염 물질들이 처리되는 과정의 종착점은 소각 분해하여 공중으로 내보내는 방안이나 하수를 이용하여 강을 통하여 바다로 보내는 방안과 고형물질들을 바다나 땅속에 묻는 방안이다. 그 결과 환경오염 물질들이 결국 하늘과 땅과 바다를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오염원들의 절대량이 미미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어느 임계를 넘어서게 되면 결과적으로 인류가 살아가는 데 절대 필요한 공간이 축소되거나 소멸될 수밖에 없다. 만일 인류가 거주할 편안하고 안전한 땅과 바다와 하늘이 없다면 인류의 생존은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간에 누적되는 환경오염원의 제거는 시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인류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필요한 과감한 조치를 취하여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일상이 불편하더라도 인류라는 종(種)의 생존을 위한 양보할 수 없는 필수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환경오염에 대한 소극적이지만 중요한 대책으로는 생체를 보호하는 방안 개발이다. 생체가 오염되지 않도록 생활 태도와 습관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일상생활에서 오염원과의 접촉을 우선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오염원의 가능성이 있는 공기·물·음식 및 생활용품을 손대거나 마시거나 먹지 말아야 하며, 담배와 같은 환경오염원을 금연의 방법으로 배제하여야 한다. 생활습관 개선 다음에는 각종 방안을 통하여 체내에 환경오염원이 누적되지 않도록 해독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생체 독성물질을 체외로 배출할 수 있는 처방이나 식이요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최적 생활조건의 물리적 주거공간을 만들고 최선의 안전한 화학적 생활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불로장생 염원의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 아닐 수 없다. 인류에게 이런 공간은 단순히 개인이 주거하는 생활공간만이 아닌 지역사회 전체, 나아가서는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욱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의 생태에 절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한 개념에서 부분적으로는 바이오스피어2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현실화되었으며 해저도시, 우주도시, 달이나 화성에서의 도시가 설계되고 추진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