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펀드 발목 잡힌 소프트뱅크...4Q 영업이익 전년比 99%↓

2020-02-12 17:32
4Q 비전펀드 손실 2250억엔...소프트뱅크 실적 갉아먹어
손정의 2차 비전펀드 출범 계획도 불투명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4분기(10~12월) 전년비 99% 감소한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직전 분기에 쓴 역대 최악의 적자에선 벗어났지만 비전펀드 투자 실패로 인한 실적 충격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손 회장이 계획하는 2차 비전펀드도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12일 도쿄증시 마감 후 진행한 어닝콜에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26억엔(약 279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년 전 동기간에 기록한 4380억엔에 비해 99% 급감한 것이자, 애널리스트 전망치인 3447억엔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소프트뱅크는 10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스타트업 투자펀드인 비전펀드 투자실패로 지난해 3분기에 7044억엔 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4분기엔 대규모 적자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이번에도 비전펀드에 발목이 잡히면서 부진한 결과를 냈다. 이 기간 비전펀드 관련 손실은 2250억엔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소재 애시메트릭어드바이저스 아미르 안바르자데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비전펀드가 계속 많은 문제를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이제는 정말 (스타트업의) 매출 증가보다 수익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장악을 위해 수익보다 성장에 집중하던 종래의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비전펀드는 쿠팡과 우버, 위워크 등 세계 88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높아진 스타트업도 있지만 대규모 감원이나 기업가치 하락 등 위기에 몰린 기업도 적지 않다. 줌피자, 브랜들리스, 웨그 등이 대표적이다. 증명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는 손 회장의 투자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손 회장은 이날도 특유의 자신감과 베짱을 과시했다. 그는 실적발표 후 "이미 고비를 넘겼다"면서 2차 비전펀드 출범 계획을 다시 한번 밝혔다. 다만 비전펀드에 발목 잡힌 이번 실적은 2차 펀드 모금 성공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한편 이날 실적발표에 앞서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는 주가가 12% 뛰었다. 간밤 미국 법원이 미국 3·4위 통신업체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나온 게 호재가 됐다.

스프린트는 소프트뱅크가 2012년에 인수한 미국 통신사다. 지금까지는 스프린트는 소프트뱅크에 부담만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합병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미국 통신시장이 버라이즌, AT&T와 함께 합병사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주 정부들이 항소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