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참여활동 강화한 국민연금… 현대차ㆍ카카오 '초긴장'
2020-02-12 15:52
시총 상위 기업 '일반투자' 변경 공시…기업 부실화 해석 우려도
국민연금의 재계 영향력 어디까지 확대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
국민연금의 재계 영향력 어디까지 확대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7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주요 상장사 56곳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중 56사의 지분보유목적을 변경한 것이다.
이달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지만, 배당·지배구조개선 등을 제안하는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주식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자로 변경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3월 주주총회부터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시동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56개사 중 27곳은 시가총액 30위 안에 드는 대형사여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총 상위 대형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이들 기업에 대해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는 보편적인 주주참여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투자는 배당과 정관변경, 위법행위 임원에 대한 해임 청구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로드맵에 따라 주주참여활동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626회의 주총에 참석해 4139건의 상정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중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682건으로 16.48%를 차지했다. 2017년 11.85%에 비해 4.6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번 변경공시에 포함된 카카오와 현대차는 다가올 주총에서 세간의 관심이 큰 사안을 다룰 예정인 탓에 긴장감이 맴돈다.
현대차는 이번 정기주총의 핵심 안건으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재선임이 거론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등기임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오는 3월 열리는 주총에서 재선임 안건을 올리고 통과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2대주주인 국민연금(10.46%)이 주식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자로 변경하면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현재 정몽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어 현대차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도 사외이사 선임안을 두고 이미 국민연금과 4년째 씨름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카카오의 3대 주주(9.53%)로 그동안 주주사 현직임원인 이규철 어피너티에쿼파트너스(AEP) 대표와 피아오얀리 텐센트 게임즈 부사장 등의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독립성 훼손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카카오는 이들의 선임을 강행했지만 이규철 대표는 중도하차와 AEP의 블록딜로 갈등이 해소됐다. 피아오랸리 부사장은 이번에 개정된 상법 시행령에 따라 이번 주총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된다. 개정된 시행령에는 상장사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한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카카오의 4년간의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 외 변경공시 대상 기업들에 대해서는 배당 확대에 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접적인 경영권 참여는 제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취지에 맞게 주주권 행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배당 요구가 일반투자로 변경되면서 배당 확대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