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평화포럼] 前 주한미국대사vs前 통일부 장관 '한미군사훈련' 두고 이견

2020-02-09 18:24
한미군사훈련, "北에 위협안돼"vs"한반도 정세 분수령될 것"
힐 전 美대사 “북핵 문제 해법에 中 포함된 다자협상 필요”

전 주한미국대사화 전 통일부 장관이 한·미 군사연합훈련을 두고 의견차이를 보여 주목을 받는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대사(전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전 통일부 장관)이 북핵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한·미 군사연합훈련 중단’을 두고 대립했다.

힐 전 대사는 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0 평창평화포럼 특별세션 ‘한국전쟁 발발 70년 특별대화’ 종전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연사로 참석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금융거래가 어려워지도록 해야 하고, 미국은 이런 노력에 계속 동참할 것”이라며 “핵이 북한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알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이 한·미 군사연합훈련 등 대미, 대남 메시지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한·미 관계를 더욱 관철하고, 견고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힐 전 대사는 “한·미 관계가 견고하다는 것을 보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한국과 미국은 양자 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 간 11차 방위비분단금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미 군사연합훈련에 대해선 “북측에선 (한·미 연합훈련이) 위협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방어력을 키우는 것으로 북한을 위협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전 통일부 장관)은 현재 상황에서 한·미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고 힐 전 대사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 교육감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재개를 위해선 기존의 합의사항에 관한 이행작업이 필요하다”며 오는 3~4월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이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 꼬집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한·미가 북한에 전하는 ‘비핵화 상응 조치’의 메시지 중 하나로 북한이 원하는 것 중 일부는 진행하면서 북한을 북·미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미국대사(왼쪽)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전 통일부 장관)이 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특별대화' 종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연사로 나섰다.[사진=정혜인 기자]


◆“북핵 문제 해법에 中 포함된 다자협상 필요”

힐 전 대사는 북한 비핵화 문제를 북·미 간 양자협상이 아닌 다자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북핵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에는 다자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중국이 반드시 직접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힐 전 대사는 “(북핵 문제는) 미국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국제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며 “다자적인 프레임 워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북한 지도층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면 더 다양한 경로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이 주도했던 6자회담 당시 한국과 중국이 건설적인 공간을 만든 것처럼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양자, 3자, 4자 회담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북한과 밀월관계에 있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힐 전 대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한·미동맹 강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한·미동맹에 대해 “미국과 같은 나라와 동맹을 맺는 것은 한국에 도움이 된다”며 “(한·미 동맹 속에서) 한·미는 서로 도와왔고, 방위비 같은 난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미동맹 강화로)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 교육감은 과거 북한 비핵화 협상을 되짚고 “신뢰가 문제였다”고 평가하며 “약속이 켜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도 그런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자 힐 전 대사는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뢰가 어렵다”며 “한쪽이 먼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양측의 행동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해야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전 통일부 장관)이 9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특별대화' 종전과 한반도 평화체제 연사로 나서고 있다.[사진=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