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이면 다 보균자? 바이러스 따라 퍼지는 동양인 혐오

2020-02-05 18:25
코로나 공포로 인한 무차별적 동양인 기피·배척 현상 심각해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으로 확산되면서 서구인들의 동양인 혐오와 배척 현상도 늘어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4일 현재 중국 본토 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국가와 지역이 27곳에 달하고 확진자도 200명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세계 곳곳에서 인종 차별을 키우고 있다. 
 

[사진= 뉴시스 그래픽 안지혜 기자]



지난 1월 26일, 프랑스 지역신문 르 쿠리에 피카르(Le Courrier Picard)는 신문 1면에 “Alerte Jaune (황색 주의보)”, “Nouveau Peril Jaune? (새로운 황화론?)” 이라는 큼지막한 헤드라인과 함께 마스크를 쓰고 있는 동양인 여성 사진을 내걸어 논란을 일으켰다.

동양인을 노란색에 빗대는 것은 흔히 쓰이는 전형적인 동양인 비하 표현이다. 그뿐만 아니라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유럽에서 “황색인종이 유럽 문명에 위협을 준다”며 주창했던 황인종 억압론, ‘황화론(Yellow Peril)’은 지극히 인종차별적인 배경에서 도래했기 때문에, 언론이 이러한 표현을 내세웠다는 사실은 독자들의 거센 항의를 유발했다. 대대적인 질타를 받자 해당 매체는 즉시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사진=르 꾸리에 피카르(Le Courrier picard)]



동양인 거주 비율이 높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UC 버클리 대학교(UC Berkley)에서도 인종차별 관련 해프닝이 학생들의 큰 반발을 샀다.

지난 2일 CNN은 최근 UC 버클리 의료 서비스센터가 SNS를 통해 공유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게시물을 보도하였다. 해당 게시물은 코로나 사태 중 발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반응(Normal Reaction)”을 나열한 목록이었는데, 불안감, 예민함, 집중력 결여 등의 증상에 “제노포비아(Xenophobia): 아시아인들과 교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 그에 따른 죄책감”이라는 문구를 포함했다.

인종차별을 용인하는 듯한 내용에 해당 학교의 학생 및 동문은 트위터를 통해 “어떤 경우에서도 인종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다”, “재학생의 대다수가 동양인인 학교가 이렇게 무지하다니”라며 분노했고, 뒤늦게 학교 측은 사과와 함께 게시물을 삭제했다.

[사진=트위터]



일상에서 동양인을 ‘걸어 다니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보는 시선이 만연하고 있다. 국가 불문으로 “중국인 출입 금지” 팻말을 걸어둔 식당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고, 유럽 길거리에서 무차별적인 조롱과 모욕을 당한 당사자의 경험도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대부분 중국인을 향한 현상이지만, 외관상 구분이 어려운 다른 아시아 국가 국민에게도 똑같은 불똥이 튀고 있다.

베트남-캄보디아계 프랑스인 샤나 챙(Shana Cheng)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대중교통 이용 중에 “저 여자는 중국인이고, 우릴 전염시켜버릴 테니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야 한다”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당했고, “버스 안의 모든 사람이 나를 바이러스 인양 경멸스럽게 쳐다보며 도와주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르 몽드가 인터뷰한 한 베트남 여성은 프랑스에서 자동차 운전자가 “바이러스 옮기지 마라, 더러운 중국인아!”라고 소리치며 의도적으로 웅덩이의 물을 튀기며 지나갔다고 말했다.  나아가 캐나다에서는 파키스탄-중국계 초등학생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해야 한다”며 학우들에게 괴롭힘을 받았고, 아직 확진자가 발견되지 않은 뉴질랜드에서도 한 싱가포르 여성을 향한 노골적인 언행이 이루어졌다고 CNN은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내 한 생화학연구소에 의해 의도적으로 유출되었다는 음모론이 유튜브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포춘 쿠키, 쌀, 에너지 음료 ‘레드불(Red Bull)’ 등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모두 “오염”되었다는 낭설이 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거 없는 소문들이 전염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을 고조시키고, 과도한 경계심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사진= 유튜브]


하지만 인종에 대한 차별을 거부하는 해시태그 캠페인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프랑스 거주 아시아인들은 #JeNeSuisPasUnVirus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문구가 찍힌 사진과 해시태그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활발히 공유하며 동양인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을 지양하자는 취지의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현재 전 세계 국민들이 캠페인을 통해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으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동양인을 향한 싸늘한 시선이 쉬이 사그라들지는 의문이다.

 

[사진=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