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액 3조원 돌파한 카카오톡 선물하기... 생일 문화를 바꾸다

2020-01-29 16:08
출시 9년만에 거래액 100배 성장... 20~30대 직장인 중심으로 선물 활발히 주고받는 플랫폼화
시장 장악력에 아이디어 더해 성공 견인... 카카오톡에 대한 지나친 의존 지적도 있어

최근 생일을 맞은 A씨(36)가 지인에게서 받은 생일 선물의 합계 금액은 30만원에 이른다. 카카오톡에서 친구의 생일을 알려주는 '생일인 친구 보여주기' 기능과 '선물하기' 서비스 덕분이다. 생일인 친구 보여주기 기능 덕에 A씨가 생일이라는 사실이 카톡 친구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지인들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로 온갖 디지털 상품권을 보냈다. 카카오의 서비스가 한국의 생일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29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 거래량이 3조원을 돌파했다. 2011년 처음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출시된 당시 거래량은 3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1조200억원, 2018년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는 3조원을 돌파했다. 서비스 출시 9년 만에 거래량 100배 증가라는 기록을 세웠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주한 기업은 6000곳에 이른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사진=카카오 제공]


IT업계에선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로 높은 모바일 플랫폼 점유율과 결제 편의성을 꼽는다. 50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으로 카카오페이와 휴대폰 소액결제를 빠르고 간편한 인증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간편결제까지 더해지자 20~30대 직장인들의 이용이 급증했다. 

카카오는 이용자의 생일을 알려주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연 거래량을 100%씩 증가시키는 대박을 터뜨렸다. 2018년 2월에 선보인 생일인 친구 보여주기 기능은 지인들끼리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국내 생일 문화와 맞물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성장을 견인했다. 유통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1만~2만원대 커피 베이커리류 온라인 상품권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온라인 선물 주고받기'라는 틈새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기존 전자상거래와 거리가 있다. 타인에게 가볍게 선물할 수 있는 1만~10만원 내외의 소액 상품을 주로 판매하며, 그 이상의 상품은 거의 판매하지 않는다. 

과거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수수료는 당초 평균 7~8%로 타 전자상거래 업체보다 높은 편이었지만, 업계에 따르면 현재는 전자상거래 업체와 비슷한 평균 5%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2019년 3분기 거래액이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42% 성장했다. 특히 추석 거래액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생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때로 카카오톡 선물하기 이용 시기가 확대되고 구매자도 (20~30대 직장인에서) 전 연령대로 확장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톡 플랫폼의 장악력이 카카오에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톡과 연관된 서비스는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지만, 카카오톡과 별개의 서비스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흔들리면 카카오 사업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는 이야기"라며 "실제로 카카오톡과 별도로 추진한 업무용 메신저 '아지트'와 멜론 인수 후 카카오톡과의 연결고리를 끊고 있는 '카카오뮤직' 등은 카카오톡과의 연결점이 없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