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공포] 2020년 경제전망 다시 써야하나
2020-01-28 18:19
중국 글로벌 경제성장률 기여분 과거 비해 크게 늘어
사태 장기화할 경우 경제성장률 추가하향조정 가능성
안전자산 美 국채수익률 급락…"추가 30bp 하락할 수도"
사태 장기화할 경우 경제성장률 추가하향조정 가능성
안전자산 美 국채수익률 급락…"추가 30bp 하락할 수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 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에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20년 세계 경제전망을 다시 써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발표된 경제전망에는 전염병 변수가 전혀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세계은행(WB)은 지속된 제조업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경제가 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와 OECD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11월에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3.4%, 2.9%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변수가 등장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은 추가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될까···中 악성부채 문제 심화 우려도
바이러스의 확산은 소비와 생산을 모두 제한하면서 경제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친다. 과거 2003년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스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역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로이터 통신은 28일(이하 현지시간) "과거에 비해 중국이 글로벌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진 탓에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단체여행을 금지하고, 공식 휴일을 늘리면서 인구 이동을 막고 있다. 제조업 공장들의 생산은 물론 국내 이동이 줄어든다면 경제 생산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악성부채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고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저금리로 돈을 대출해줄 경우 악성부채는 더욱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WB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부채관리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건전한 부채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안정적인 금융 규제와 감독체계 등으로 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중국의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내수가 경제성장의 주축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소비를 위축시키는 전염병의 파급력은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과거와는 다르다. 중국은 2003년에는 전세계 GDP와 경제성장률에 4% 정도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글로벌 총생산 비중은 17%에 차지하고 있으며, 성장률에 있어 차지하는 비중이 29%에 달한다. 최근 IMF 등이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도의 지지부진한 경제성장률이었지만, 최근 신종코로나의 확산은 글로벌 경제에 또다른 거대 위협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노무라의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팅 루는 "사스 사태로 인해 중국의 실질 GDP가 2003년 1분기 11.1%에서 2분기 9.1%로 무려 2%P 하락했다"면서 "성장률 하락은 교통, 운송, 호텔, 우편 등 서비스 분야가 주도했다"라고 설명했다.
◆"바이러스가 움직이는 시장"···월가의 채권 전망 빗나가
2020년 미국 국채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던 월가의 예상도 빗나갔다. 마켓워치는 27일 신종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미국 국채시장이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10년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1.61%까지 낮아지면서 지난해 10월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조사한 결과, 2020년 말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전망치는 2.03%였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부분적인 무역합의로 채권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무역협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신종코로나의 확산까지 이어지면서 채권 가격은 다시 급등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전염병이 통제 불능으로 확산할 경우에는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집중이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 증권의 찰리 맥엘리고트 자산 매크로 전략가는 "국채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국채 숏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의 손절매에 나섰다"면서 "이들은 숏 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해 추가 국채 매입에 들어갔으며, 국채 값 상승은 더 속도를 냈다"라고 지적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시장은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10년과 30년 국채에 상당한 포지션을 추가했다"라고 밝혔다고 CNBC는 27일 전했다. 그는 향후 뉴스 흐름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상황이 악화할 경우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추가로 30bp 더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오는 28~29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언급할 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에드 케온 QMA 수석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변화에도 연준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수준으로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