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롤모델 자족도시 판교에 필요한 세가지

2020-01-14 10:14

판교신도시 위치도.

지난 2018년 12월 발표된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은 남양주 왕숙지구, 하남 교산지구, 인천 계양, 과천 등의 지역에 일자리와 주거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자족형도시를 구축한다는 것이 핵심 사업 내용이다.

이어 2019년 5월 고양 창릉지구와 부천 대장지구가 3기 신도시 지역으로 추가되면서 3기 신도시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이들 3기 신도시 지정 지역들은 교통망 확대와 기업들이 이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늘어나는 인구에 맞춰 단계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으로 6개 지역 모두 판교 신도시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실제 판교는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신도시 중 가장 성공적인 신도시이자 자족도시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러한 원동력은 편리한 교통, 풍부한 일자리와 편의시설, 우수한 주거환경 등 사람들이 모일 수 밖에 없는 삶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교 신도시에도 부족한 것은 존재한다. 우선 판교의 자족도시로써의 기능을 살펴보면 그간 우리가 생각 했던 판교와는 조금 다른 수치가 나온다. 오늘날 판교 신도시 성공의 커다란 한 축은 판교테크노밸리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에는 현재 약 7만명이 종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SK플래닛, SK C&C 등이 입주해 있다.

지난 2011년 분양을 마친 판교테크노밸리는 판교지역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정보기술(IT), 문화산업기술(CT), 생명공학기술(BT) 등의 분야가 중심이 돼 수도권 최대 도심 첨단 산업단지로 자리잡았다. 이들 기업의 매출은 2018년 기준 79조3000억원으로 부산광역시의 지역총생산(81조1000억원)과 맞먹는다.

판교테크노밸리 종사자 중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연령대는 20~30대로 전체 근무자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약 68%가 넘는 근무자가 성남시를 벗어난 서울, 경기남부, 인천 등의 지역에 주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 주거, 소비가 모두 이뤄진다는 자족도시와는 거리가 먼 수치였다. 이러한 원인은 판교에 20~30대 근무자가 선호하는 20평 이하 소형 주택이 없다는 것이다. 판교는 1~2인 가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20~30대 근무자들이 절대 다수인 반면 주택은 대부분 30~40평형대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판교에 20평 이하 소형 주택이 없는 것은 판교 신도시 개발 당시의 주거정책과 산업정책의 엇박자에서 비롯됐다. 과거 정부의 판교 주거정책은 강남과 인접한 지역에 한국판 비버리힐스를 표방해 강남의 고급주택 수요를 분산 시키려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이에 판교 내 대부분의 주택은 3~50평형대의 중대형 위주로 계획 및 건설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판교테크노밸리는 정보통신기술(ICT)·생명공학기술(BT)·콘텐츠기술(CT)·나노기술(NT)관련 기업들의 유치를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이들 직군의 근무자들은 평균 연령이 가장 낮아 중대형 평형 주택의 니즈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즉 주거 부분에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다. 판교가 지금보다 자족도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20평 이하의 주택 공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판교에 두번째로 필요한 것은 대학(대학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 대학이 있다. 하지만 판교테크노밸리에는 대학이 없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슬로건으로 탄생한 판교테크노밸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 도심 첨단 산업단지로 자리잡았다. 산학협력을 통한 연구와 우수인력 확충은 판교테크노밸리의 지속성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하지만 현재 판교에는 대학이 들어설 자리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처음부터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교육부 등은 벤처기업 신규입주로 30만평, 기존 벤처기업의 이전 또는 확장 수요 17만5000여평, 수도권 대학의 관련학과 및 대학원 이전 부지 15만평 등을 각각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판교 개발 규모가 20만평으로 최종 확정되면서, 대학 이전은 계획 수립 단계에서 없던 일이 됐다.

판교는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및 용인~서울 간 고속도로 등의 광역 도로망이 교차하고 신분당선(판교역)이 개통됨에 따라 서울 강남까지 10분대에 도착이 가능한 수도권 내 최고의 접근성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판교역까지의 기준이다. 최근 판교 신도시는 대장, 낙생, 동원 등 3개의 지구로 확장 중에 있지만 판교역 남쪽에 위치한 이들 3개 지구는 현재 공사중인 서판교 터널이 개통돼야 신분당선을 좀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현재로써는 국도 이외에 용인~서울간 고속도로(용서고속도로)가 유일하게 서울로 통하는 빠른 길이나 출퇴근 시간마다 명절 귀성 행렬을 방불케 하는 극심한 정체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즉 판교에 세번째로 필요한 것은 남판교 지역의 대체 교통수단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남판교 지역을 지나는 지하철 3호선 연장 등에 대한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을 서울시가 추진, 계획하고 있다. 3호선 연장안은 수서~고등~2,3테크노밸리~서판교~대장~고기~신봉~웰빙광교~광교역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3호선 연장안은 점차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추세다.

실제 용서고속도로 서울라인은 세곡1, 2지구 7300세대, 성남고등지구 4000세대, 성남금토지구 3400세대(제2테크노밸리연계), 서판교 7000세대, 대장지구 6000세대, 낙생지구 4000세대 고기동-동원동 4500세대 등 3만세대 이상 주택이 들어섰거나 현재 건설 중으로 대체교통 수단이 마련 되지 않으면, 용서고속도로의 정체는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이에 판교, 용인, 광교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하철 3호선 연장선과 같은 대체 교통수단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도 지하철 3호선 연장선이 개통된다면 현재 용서고속도로의 정체는 상당부분 해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현재 개발 중인 제2, 제3 판교테크노밸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기가 오면 앞서 언급한 20평이하 소형주택, 대학유치, 남판교 교통체증 등의 문제들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 기업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향후 30년, 그 이상을 내다보는 효율적인 개발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대안으로는 용서고속도로를 중심으로 대장지구 건너편에 위치한 대장동 서측이나 대장지구와 맞닿아 있는 용인시 고기동 등 미개발 면적 비율이 높은 지역을 적극 활용, 개발한다면 판교 내 부족한 소형아파트나 대학 등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는 면적이 확보돼 현재의 문제점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