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끝난 패스트트랙 정국…상처난 한국당 리더십

2020-01-13 22:36

지난해 4월30일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비롯해 개혁법안을 태운 패스트트랙 정국이 258일만에 마감됐다. 약 8개월 보름동안 여야의 거친 패스트트랙 대전은 결국 한국당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당시 한국당의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장외와 원내를 수시로 다니며 여론전을 펼쳤고, 이미 판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원내대표를 맡은 심재철 현 원내대표 역시 필리버스터 등 안간힘을 썼으나 결국 국회선진화법의 위반 논란만 남겼다.

패스트트랙 법안에 앞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도 여야가 대치했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 연합이 가결정족수로 밀어부쳐 허무하게 결과가 났다.

또 선순위 안건인 예산 부수 법안에 대해 무더기 수정안을 내며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려던 심 원내대표의 전략은 문희상 의장이 예산안을 첫 안건으로 끌어올리며 실패로 끝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상정된 12월 23일에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카드를 꺼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쪼개기 임시국회 대응에 결국 선거법은 27일 새로운 회기가 돌아오자마자 처리됐다.

고위공직자범쇠수사처(공수처) 법안 역시 같은 수순으로 12월 30일 통과됐다. 1월 9일 본회의에 상정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결국 필리버스터를 포기했다.

나 원내대표도 패스트트랙에 개혁법안이 타는 과정은 무기력하게 허용하고 말았다는 평가다.

그는 2018년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권에선 이 사실을 거론하며 패스트트랙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4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여야 4당 의원들과의 육탄전을 불사했다. 그 결과 물리적 충돌 사태로 인해 자신과 황교안 대표 등 당 대표·의원 14명이 기소되고 의원 10명이 약식 기소됐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은 막지 못했다.

그는 임기 만료를 10여일 앞둔 지난해 11월 29일에는 패스트트랙 법안들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해 민생·비쟁점 법안 199개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전략을 꺼내 들기도 했다. 여당의 허점을 파고든 '묘수'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그날 본회의가 무산되면서 효과는 보지 못했다. 도리어 '민생법안 처리를 막았다'는 여론의 비난이 한국당을 향해 쏟아졌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