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대통령 통해 北에 '金 생일 메시지' 전달

2020-01-10 17:33
정의용, 한·미·일 고위급 안보 회의 참석차 방미 후 귀국길서 언급
"'호르무즈 파병' 직접 언급 안나와...韓, 국제노력 기여방식 검토중"

청와대가 지난 8일 생일을 맞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날(9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고위급 안보 회의 참석차 방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0일 오후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각별한 안부의 말씀 전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마침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날이 김 위원장 생일이었다. 그걸 트럼프 대통령이 기억하고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며 그 메시지를 문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에게 꼭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알기로는 아마 어제 적절한 방법으로 북한 측에 그런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자리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덧붙였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 고위급 협의 차 방미 후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실장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협력 방안 메시지를 전달한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차차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함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남북한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따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면서 △ 접경 지역 협력과 올림픽 단일팀 구성 등 지속적 스포츠 교류 △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실현 방안 논의 △ 비무장지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공동행사 등 김 위원장 답방을 위한 여건 조성 등 남북 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 국무부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하며, 우리는 모든 국가들이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 문 대통령의 남북협력 구상에 간접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과 관련한 메시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 실장은 "우리(한국)의 파병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며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한 미국 측의 상세한 브리핑이 있었다"고 답했다. 

정 실장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보호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자유항해, 안전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한·미·일 고위급 안보 회의와 관련해서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한반도 정세뿐 아니라 다른 지역 정세에 대해서도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한 브리핑을 받았다. 특히 우리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 정착과 관련해 미국 측과, 또 삼국 간 매우 긴밀한 협의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미·일 측 카운터파트(대화상대방)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협의를 진행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SNS를 통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본 및 한국의 카운터파트들과 8일 양자 및 3자 회의를 가졌다고 확인하며 세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NSC는 트윗에서 이번 논의가 이란 및 북한 관련 진행 상황, 그리고 삼자 간 안보 협력의 중요성 문제 등을 다뤘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