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재 脫일본 속도낸다…듀폰, 한국에 EUV용 포토레지스트 설비 투자

2020-01-09 11:00
일본 의존도 낮추고 소재 공급 다변화 기대
정부 "소부장·신산업 투차 유치 적극 나설 것"

글로벌 화학소재 기업 듀폰이 한국에 반도체 핵심 소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우리 기업들도 잇따라 반도체 소재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등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탈(脫)일본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듀폰은 일본 수출규제 3대 품목 가운데 하나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시설을 한국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코트라에 투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투자 금액은 2800만 달러(약 325억원)다. 내년까지 충남 천안에서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존 켐프 듀폰 사장은 8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나 이러한 내용을 확정했다. 정부는 작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핵심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공급 안정화를 위해 듀폰과 투자 유치를 협의해왔다.

산업부는 이번 투자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유럽 기업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 기업과의 상생 협력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존 켐프 사장은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생산을 위해 앞으로 한국 내 주요 수요업체와 제품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윤모 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가 EUV용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특정 포괄 허가를 허용하는 등 규제 조치 해결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핵심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경쟁력 확보와 공급선 다변화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시작된 소재·부품·장비 분야 탈일본 정책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화학 소재 기업 솔브레인은 최근 불산액(액체 불화수소) 공장 신·증설을 조기에 완료하고 최고 수준의 고순도 불산액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다른 기업들 역시 규제 대상 품목인 기체 불화수소(에칭 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블랭크 마스크를 생산할 신규 공장을 완공한 상황이다.

성 장관은 한국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라운드 테이블 회의도 열었다. 소재‧부품‧장비(반도체‧자동차), 신산업(수소경제‧재생에너지‧IT), 벤처캐피털 분야의 혁신기업 등을 초청해 한국 투자와 관련해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 한국관과 유레카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