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 북한, 우방국 앞세운 대미 우회 비난 속내는?

2020-01-09 09:17
북·미 비핵화 대화 의지 남겨둔 신중한 태도일 듯
北 '정면돌파전' 관철 위한 내부결속 다지기에 총력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동 정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북한이 주변국을 앞세워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북한과 이란은 전통적인 우방국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북한의 대미 비난 담화 발표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9일 오전 현재까지도 북한은 정부 공식 입장 대신 주변국 발언을 이용한 대미 비난 보도만 이어가고 있다.

전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외국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법안 채택’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라크 국회가 외국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법안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일 조선중앙통신은 중국과 러시아 외무장관의 전화 내용을 인용해 이들이 미국의 이란 수뇌부 미사일 공격을 규탄했다고만 전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의지를 남겨둔 만큼 미국의 눈치를 살피며 신중한 태도는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북한은 대미 비난보다 조선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정면돌파전’ 관철을 위한 내부결속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노동신문은 “우리 모두가 불굴의 혁명 신념과 불같은 조국애, 개인불발의 투쟁 정신으로 계속 힘차게 투쟁한다면 난관은 격파될 것”이라며 투쟁과 신념을 강조했다. 이어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 신념”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조선중앙TV가 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캡처로, 김 위원장 뒤로 흐리게 처리된 공정도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집착’을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이번 공격은 김정은 위원장의 생존을 위해서는 이란이 갖지 못한 핵 억지력이 필수적이라는 북한의 믿음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란 군부지도자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는 미국이 믿을만한 핵 반격이 없는 나라에 대해서만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다는 북한의 인식을 강화했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핵 보유·강화 집착을 키울 것이란 주장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제5차 전원회의에서 선언한 ‘정면돌파전’ 카드로 핵 무력 강화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당시 회의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핵실험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