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소환…제일모직과 합병 의혹 수사

2020-01-07 11:42
삼성물산 회사 가치 고의로 떨어뜨린 정황 의심

검찰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삼성 수뇌부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4부(이복현 부장검사)는 7일 오전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를 소환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015년 합병 직전 삼성물산의 회사 가치가 갑자기 떨어진 경위 등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삼성물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이끌기 위해 해외 공사 수주 등 실적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회사 가치를 고의로 떨어뜨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 해 3월 검찰은 서울 강동구에 있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2015년 5월 13일 수주한 2조원 규모 카타르 복합화력발선조 기초공사 수주 사실을 합병 결의 이후인 같은해 7월 말 공개했다. 또 2015년 상반기 신규주택 공급량은 300여 가구에 불과했던 반면 합병 이후 갑자기 서울에 1만994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고의적으로 사업성을 낮췄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또, 지난 2015년 1~6월 삼성물산 매출액은 12조 28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런 사정으로 2015년 다른 건설사들의 주가가 오르던 시기에 삼성물산 만큼은 주가가 오르지 않았고 그해 4월 중순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삼성 측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부분이다. 

당시 합병 비율이 1(제일모직) 대 0.35(삼성물산)로 정해진 것도 자본시장법 규정에 따라 이사회 직전 1개월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됐다기 때문이다.

검찰은 삼성물산과는 반대로 제일모직은 자산가치가 부풀려진 정황이 있는 것으로보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부지의 표준지(가격산정의 기준이 되는 토지) 공시지가가 2015년 최대 370% 가량 오른 게 대표적이다.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록 지분의 23.3%를 보유하고 있었던 이 부회장은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특히,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권을 보다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은 삼성이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그룹 차원의 움직임이 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시작으로 당시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등 그룹 수뇌부를 차례로 소환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혐의 고발장을 접수받은 뒤 수사를 진행해왔다. 합병·승계 의혹 수사의 단초가 된 삼성바이오의 회계사기 혐의는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김태한 대표이사 등의 사법처리만 남겨둔 상태다.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검찰 출석 모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