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갈등] 아람코, 중동리스크에 '휘청'…시총 2000억 달러 증발
2020-01-07 14:42
IPO 이래 최저치…"석유 인프라 공격·사이버 테러 가능성도"
미군이 이란 군부 실세를 드론 폭격으로 제거해 중동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달 11일 기업공개(IPO) 직후 정점을 찍은 아람코의 주가가 10% 이상 하락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아람코 주가는 전일대비 1.7% 하락한 34.2리얄에 머물렀다. 이는 아람코가 지난달 사우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글로벌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며 기업가치가 약 1조8000억 달러로 평가됐던 아람코는 이번 여파로 인해 시가총액 2000억 달러 이상이 증발됐다. 이에 이란이 '피의 보복'을 다짐한 후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그 불똥이 아람코로 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람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시장은 이란의 보복 움직임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의 라이벌 지역 중 하나인데다가 미국의 동맹국인 만큼 이란이 보복으로 사우디를 공격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그간 이란은 미국과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고 위협해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다. 가장 좁은 구역은 폭이 34㎞에 불과한 반면 운행 선박이 매우 많은 편이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3분의 1 정도가 이를 지나고, 중동 일대 화물선도 주요 교통로로 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이 사우디의 석유 인프라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은 지난 9월 아람코를 드론으로 공격해 원유 생산시설의 핵심을 파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FT는 "애널리스트들은 이란이 유조선이나 천연가스 운반선 등의 호르무즈 해협 항행을 방해하는 등 보복에 나설 경우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보도했다. 르네상스 캐피탈의 찰스 로버트슨 이코노미스트도 "시장 참가자들은 사우디 석유 자산에 대한 이란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고의 해킹 능력을 보유한 이란이 사우디의 데이터 네트워크 등을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란은 2012년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컴퓨터 3만대를 마비시킨 '샤문 와이퍼' 해킹 사건을 일으킨 바 있다. 이란은 현재도 미국 연방정부기관의 웹사이트를 해킹하는 등 사이버 테러를 감행 중이다.
중동 소식이 전해진 후 2%가량 급등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다시 조금씩 하강 국면을 맞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는 이날 오전 4시50분 1.16%(0.80달러) 하락한 68.1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4%(0.22달러) 상승한 6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원유시장 투자자들은 이란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작년 9월 사우디 내 아람코 핵심 석유시설 두 곳이 피습당한 직후 당시 유가는 67.68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6일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70.08달러까지 치솟아 시장에서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