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사실상 탈퇴...美와 전면전

2020-01-06 06:46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 폐기 수순

사실상 이란이 핵합의를 탈퇴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전면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란 정부는 5일(현지시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핵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제한 규정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이날 낸 성명에서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는다"며 "이는 곧 우라늄 농축 능력과 농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란은 우라늄을 5% 농도까지 농축한 상태다.

핵합의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이 2015년 7월 타결한 협상이다. 이에 따라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수량와 성능이 제한됐었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게 하거나 시간(브레이크 아웃 타임:핵무기를 제조하기로 한 순간부터 보유하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도록 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서였다.

이란은 2018년 5월 8일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한 뒤 1년간 핵합의를 지켰다. 그러나 유럽 측마저 핵합의를 사실상 이행하지 않자 지난해 5월 8일부터 60일 간격으로 4단계에 걸쳐 핵합의 이행 수준을 줄여왔다.

이란은 유럽에 핵합의에서 약속한 대로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재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에 해당하는 탓에 유럽이 이를 이행하지 않는 등 핵합의 이행에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게다가 최근 이란 군부 요인인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에 폭사하면서 이란 정부는 사실상 핵합의를 탈퇴하는 매우 강경한 조처를 내놨다. 이란 정부는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은 이란이 현재 지키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었다"며 "이를 버리겠다는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이번 핵합의 이행 감축 조처가 5단계이자 사실상 마지막 단계라고 보도했다.

이날 이란 정부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핵합의가 더는 유효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인들이 4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반미 시위를 벌이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를 사망케 한 미군의 공습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