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못한 윤종원 기업은행장, 사무실 따로 차려 업무 수행

2020-01-03 11:41
윤 "나는 함량미달 아냐"… 노조 "정권에 부담 주지 말고 자진사퇴하라"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IBK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에 첫 출근조차 하지 못했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 본점 인근에 따로 사무실을 차려 업무를 수행하지만,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만큼 앞날이 험난하다.

윤 신임 행장은 이날 오전 8시28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후문에 도착해 출근을 시도했지만, 기업은행 노조원 100여명에 막혀 본점에 들어가지 못한 채 8시37분 돌아갔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는 '적폐 중의 적폐'라고 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낙하산을 '독극물'이라고 했다"며 "윤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독극물이기 때문에 (기업은행에) 한 걸음도 들일 수 없다"고 윤 행장을 가로막았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정권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담 주지 말고 자진사퇴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자, 윤 행장은 "어떤 부분을 걱정하는지 듣겠다"고 답했다. 윤 행장은 "(저를 두고)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만들고, 열심히 해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부로 윤 행장의 공식 임기가 시작됐지만, 노조가 총선 전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예고해 취임식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윤 행장은 본점 인근에 사무실을 차리고 부행장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행장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 오던 금융노조는 집권여당과의 정책협약 파기는 물론, 총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

앞서 전날 밤 기업은행은 제26대 기업은행장으로 윤 전 수석이 취임한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수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당초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이 물망에 올랐지만, 노조의 거센 반발에 윤 전 수석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전해졌다.

1960년생인 윤 신임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을 지낸 거시경제 전문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동기면서 행정고시 27회 동기다. 한때 금융위원장 및 수출입은행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이 1997~2000년(이코노미스트), 2006~2008년(선임자문관), 2012~2014년(상임이사) 세 차례에 걸쳐 IMF에서 근무한 만큼 금융과 전혀 관련 없는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며 "거시경제와 더불어 금융 업무에도 정통하다"고 전했다.
 

신임 IBK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종원 청와대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는 노조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