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불확실성 시대’… 2020년 재계 신년사 키워드는 디지털과 혁신 그리고 고객
2020-01-03 06:02
재계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2020년 신년사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디지털 대전환’과 ‘혁신을 통한 본업 경쟁력 강화’, 그리고 ‘고객중심’으로 요약된다. 발빠른 디지털화와 기업이 가장 잘하는 것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초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봤기 때문이다.
◆ 디지털 혁신 외치는 총수들
올해 신년사는 재계 총수들과 CEO들이 디지털에 꽂혔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주 등장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해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경쟁력을 적극 확보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미 디지털 기술이 경영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는 만큼, 올해가 그룹 디지털 혁신의 원년이라는 각오로 각 사에 맞는 디지털 변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 및 육성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강화 등 올해 그룹의 운영방침을 공개했다. 디지털 인재 육성 및 전문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보유한 핵심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하고, 우리의 코어 사업과 연관된 사업으로 신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디지털 전환 작업은 워밍업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추진될 때가 됐다고 봤다. 그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디지털 운영체계 확보를 위한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디지털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그동안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 과제에서 적잖은 성과가 있었다”며 “우리가 제시할 미래 모습을 앞당기는 데에 힘을 기울여 나가자”고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신년사를 담은 디지털 영상으로 신년회를 대체했다. 구 회장은 ‘LG 2020 새해 편지’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인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기업 역할론 공유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비중있게 언급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기업시민 경영이념 구현의 핵심은 공생가치 창출”이라며 “저성장 고착 국면을 극복하고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혼자 가지 말고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사, 공급사, 협력사와 더불어 함께 성장할 때 강건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공생가치는 한층 배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업의 경쟁력 강화도 초불확실성 시대 총수들이 내놓은 대응안 중 하나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2020년은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이라며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도 “과거 성과를 발판으로 현재 사업 기반을 굳건히 하고 미래지향적이고 경기변화에 강건한 사업 체질을 만들자”며 “한치 타협 없는 품질 경쟁력 확보로 고객에게 신뢰받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더욱 귀 기울이겠다"
유통업계 대기업 수장들은 2020년을 그 어느 때보다 ‘위기의 해’로 진단했다. 또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핵심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존의 사업 방식과 경영 습관, 일하는 태도 등 모든 요소들을 바꿔나가야 한다”며 임직원들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고객에게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정 부회장은 “고객의 목소리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고객의 목소리가 더욱 크고 명쾌하게 들리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말해 고객의 불만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발굴할 것을 주문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올해를 위기의 해로 규정하고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면서 “비상(非常)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는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혁신적 사고'를 통해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화하는 고객 가치에 맞게 기존의 사업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면서 “'더 잘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다르게 행동'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와 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되는 위기 상황에서는 ‘양적 성장’보다 안정적 수익성이 동반되는 ‘혁신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핵심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 강화, 신기술 개발, 인재 확보를 통해 도전적인 초격차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했다.
올해 신년회는 지난해보다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현대차그룹은 신년회 모바일 실시간 생중계를 도입해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LG그룹은 임직원 수백명이 강당 등 한자리에 모여서 하던 신년회를 올해부터 동영상으로 대체했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글로벌 LG 전체 구성원과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평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구 대표의 경영방식과 맥을 같이 한다.
SK그룹 신년회는 최태원 회장의 별도 신년사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 인터뷰, 특별 초청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들간 대담 등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