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 토커] 최태원의 ‘사회적 가치’ 의미와 분석법
2019-12-31 07:00
⑤SK그룹-5 : 성과 중심의 '화폐적' 측정…민영 기업에서 공공 부문의 고민으로
31일 SK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총 8348억원이다. △고용과 배당, 납세 등 경제 간접 기여 성과 7734억원 △제품의 개발·생산, 판매 등을 통해 발생한 가치인 비즈니스 사회성과 550억원 △기부와 봉사 등 사회공헌 사회성과 64억원 등이다.
SK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올해 안에 100억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SK텔레콤, SK C&C 등 총 46개 API를 SK 오픈 API 포털을 통해 오픈했다.
SK가 오픈 API를 마련한 이유는 5GX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성공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지난해부터 17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를 화폐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공개했다.
SK의 이런 시도를 두고 처음엔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이런 도전을 하기에는 들어가는 시간과 수고가 만만치 않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명은 사회적가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관리적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투입 위주의 사회적 가치 실현보다 성과 중심으로 측정해 비용 대비 효과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데 환경오염 절감 시설을 구입하는데 투자한 비용보다는 환경오염 절감 시설로 인해 얼마나 환경오염물이 줄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민과 고뇌를 했을 것이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집착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4년 횡령죄로 수감 중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을 출간하면서다. 그는 이 책에서 ‘앞으로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일종의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포부에 맞춰 SK는 사회적 가치를 핵심 기업정신으로 삼고, '사회성과 인센티브(Social Progress Credit) 프로젝트 가동', '기업자산의 공유 인프라 지원 기업자산의 공유 인프라 지원', 'DBL(Double Bottom Line)' 등 세 가지 방법론을 제시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 프로젝트는 사회적 기업이 고용, 환경, 복지,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하고 경제적 인센티브를 지원해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 영리 기업, 비영리 조직에 비해서 사회적 기업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기업자산의 공유 인프라 지원은 SK그룹이 보유한 190조원에 이르는 유무형 기업자산을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DBL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SK가 시작한 실험에 공공기관도 발을 들였다. 영리기업이 먼저 시작한 방법을 공공기관도 채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부터 8개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사회성과 측정 지표를 개발하고 적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25개 공공기관과 협의체를 맺었다.
정명은 수석연구원은 “공공부문은 영리 기업, 사회적 기업과는 조직의 존재이유, 핵심가치, 성과 등이 다르지만 ‘조직’이란 형태가 지니는 공통점, 조직이 처한 외부 환경을 생각하면 교집합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과 공공부문 영역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최태원 회장은 보아오포럼, 베이징포럼, 닛케이 세계경영자회의 등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며 다른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