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유통업계 결산] ①마약적발·견책성 인사···다사다난 유통산업
2019-12-26 07:00
맥도날드 햄버거병 파동 확산···오프라인 저성장에 리츠·M&A 부상
[데일리동방] 2019년 기해년(己亥年). 유통업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사상 최악 실적이라는 오명을 쓴 전통 유통업체들은 수장 물갈이에 나서며 내실경영을 통한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업계 후계자들은 마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 해를 보냈다. 그런가 하면 친환경 도입‧새벽배송 전쟁 등 산업 전반을 선도해 나가기도 했다.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유통업계 이슈들을 되짚어 봤다.
액상대마 카트리지 20개, 대마사탕 37개, 대마젤리 130개. 지난 9월 1일 이재현 CJ그룹 회장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며 몰래 들여온 마약이다. 마약 밀수입과 투약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사건은 내년 1월 다시 법정다툼에 들어간다. 검찰과 이씨 측 맞항소해서다.
유통업계 후계자가 마약으로 적발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9월 27일에는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출신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10대 딸 홍모양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다 마약 밀수입으로 적발됐다. 홍양은 액상대마 카트리지를 비롯해 혀에 붙이는 종이 형태 마약인 LSD와 각성제를 반입하려다 공항에서 체포됐다. 이 사건 역시 2심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0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재판부에 맞서 검찰이 항소해서다.
식음료 부문에서는 ‘맥도날드 햄버거병’이 큰 논란이 됐다. 2016년 맥도날드에서 O-157 대장균에 오염된 햄버거를 먹은 A양이 이른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신체장애 2급 판정을 받자 A양 부모가 2017년 맥도날드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이후 검찰은 맥도날드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이어갔지만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지난해 2월 맥도날드를 불기소 처분했다. A양 부모는 서울고검과 서울고법 등에 항고와 재정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올 1월 한국맥도날드와 패티 납품업체 등을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상, 직무유기 등으로 검찰에 재차 고발하면서 이 사건은 포털을 뜨겁게 달궜고, 많은 국민이 분노를 나타냈다.
그러다 한국맥도날드가 햄버거병 피해 아동 측과 합의하면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양측은 상호 입장을 대변·이용하려는 개인이나 단체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고 아이가 제대로 치료받는 데만 전념하기로도 했다. 위생 논란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맥도날드는 지난 11월 19일 전국 310여개 매장 주방을 공개하기도 했다.
◆저성장에 파격인사 통한 변화 모색
올해 유통업계는 온라인 플랫폼 부상 등으로 오프라인 부문이 저성장을 겪으면서 대폭 쇄신 인사가 단행됐다.
롯데그룹은 송용덕 호텔·서비스BU(비즈니스유닛·사업부문)장이 롯데지주 부회장으로 임명돼 황각규 부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은 호텔·서비스BU장으로 임명됐다. 이원준 롯데그룹 유통BU장은 퇴임하고 강희태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가 후임이 됐다. 유통과 호텔·서비스, 화학, 식품 등 4개 BU장 중 두 자리가 바뀐 대대적 인사가 이뤄졌다.
정용진(신세계 부회장)·정유경(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남매가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최근 인사에서 신세계 대표를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교체하고, 장재영 신세계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임명했다. 특히 지난 10월엔 이마트 수장을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 출신 강희석 대표를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한줄기 빛 ‘리츠’
고객 소비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기존 대형마트 같은 소비자 대면 업체는 기세가 꺾였다. 매출은 줄어 적자 늪에 빠졌고,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츠’가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떠올랐다. 리츠는 부동산 투자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아 오피스나 상업시설 등 대규모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운용해 수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 투자상품’이다. 유통업계 리츠 활용은 자산을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고 동시에 대주주 지위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임대료(배당)까지 챙길 수 있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자산으로 담은 공모리츠는 투자자들에게 싸늘한 반응을 얻었다. 이랜드리테일 매장을 자산으로 담은 이리츠코크렙은 지난해 일반 청약에서 미달 사태를 빚었다. 홈플러스리츠도 공모를 포기했다.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가 공모리츠가 아닌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배경도 이런 불확실성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리츠를 기점으로 리츠 시장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올해 10월 롯데리츠는 흥행을 거뒀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꾸준히 금리에 플러스 알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리츠 매력이 부각되서다. 금융당국도 리츠규제 완화와 우선주 혼합지수 도입 등을 통해 리츠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서면서 리츠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M&A로 생존전략 찾기 나선 유통업계
올 한해 유통업계에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이어졌다. 소비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와 더불어 과잉 경쟁에 빠진 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M&A를 통한 시장 재편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선 굵직한 거래(딜)가 많았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배달통 통합, 넷마블의 웅진코웨이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는 것은 다양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가진 국내 시장 성공 노하우와 딜리버리히어로가 지닌 기술력·해외 진출 경험은 전반적인 사업 고도화·효율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게임업체 넷마블이 렌털업체 코웨이를 인수하려는 행보는 보유 현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렌털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