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총리실 이어 기재부까지 압수수색한 검찰···노림수 있나
2019-12-20 17:09
이달 초 청와대를 압수수색 했던 검찰이 지난 18일과 오늘(20일)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를 연이어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 강도를 높히고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유재수 감찰중단 의혹',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하명수사 의혹’으로 내용이 조금 다르지만 정치권은 법조계 일부에서도 별개 사건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기획재정부 압수수색은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추진하던 산업재해 모(母) 병원 건립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과정을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의 역점사업을 일부러 탈락시키기 위해 청와대 차원에서 개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송 시장 측과 청와대가 2017년 가을쯤부터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한 논의를 수차례 주고받은 단서가 나왔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검찰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 전 시장 등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사건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르면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는 2017년 10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산재 모병원' 대신 공공병원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수사정보가 흘러나온 직후 전격 관련 정부부처를 압수수색하면서 검찰이 청와대 핵심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제기된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연관된 사건으로 한꺼번에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지난 2016년~2017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 외에는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인사들의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는 분위기다. 검찰개혁과 관련된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검찰이 개혁에 저항한다'는 시각이 역력하다.
최민희 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수조원대 권력형 비리라도 터졌느냐"면서 "검찰이 총선에 개입하고 있는데 비판하는 기자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우선 청와대 압수수색과 총리실·기재부 압수수색은 다른 사건으로 진행됐고, 수사주체도 각각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2부로 다르다는 점을 들어 "함께 묶어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견해가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처럼 중요부서를 압수수색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법원에서도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니까 내줬을 것이다”라며 “압수수색 영장이 다른 영장에 비해 발부가 수월한 편이기 때문에 당장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정농단 사건도 세부적으로는 최순실(최서원) 국정개입 관련 의혹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관련 의혹, 문화체육부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지만 큰 틀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현지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국정 운영 전반을 살펴보는 수사라는 점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이 단순히 특정 고위 공직자의 비위수사를 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다.
서울 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과거에 지금과)비슷한 상황을 흔히 보지는 못했다”며 “현재 조사는 이례적이고 특이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최근 논란이 된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이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한편 청와대는 잇따른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못하면서도 일단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