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이어 PX까지 '원투펀치'…"정유업계, 새로운 다운스트림 사업 발굴해야"
2019-12-18 17:05
정제마진 4주째 '0' 맴도는데…PX, 중국發 공급증가에 스프레드 반토막
전문가들 "PX, 유도품으로 전환해야"…"기체 에너지 진출해야" 강조
전문가들 "PX, 유도품으로 전환해야"…"기체 에너지 진출해야" 강조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경제연구원, 대한석유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9 석유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을 연달아 내놨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백영찬 KB증권 이사는 "중국발(發) PX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내년 PX 시황은 업계에서 고통스러운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2~3년간은 PX 수익성이 하락하는 수준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만성적인 저수익성에 시달려 아시아 PX 가격결정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PX 국제가격과 원료(납사)가격 간 차이는 t당 244달러를 기록, 전년동기(563달러) 대비 56.7% 가량 낮아졌다. 중국의 PX 신증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제품단가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올해와 내년 사이 신증설하는 PX 생산규모는 약 1300만t에 달한다. 올해 기준으로 국내 전체 PX 생산능력 1051만t을 단숨에 넘어서는 것이다.
중국이 PX 설비를 확충하면서 자급률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중국 PX 자급률이 지난해 약 40% 수준에서 내년 중 60%까지 높아진 뒤 오는 2025년 무렵에는 10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PX 수출물량 가운데 88%를 차지하던 중국이 공급초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출감소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0월 기준 PX 중국 수출물량은 43만t으로, 전년동기(56만t) 대비 23% 감소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PX로 재미를 보던 시기는 사실상 끝났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백 이사는 "PX 시황 악화에 직면한 정유업계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서 "PX를 활용해 다른 유도품 생산에 나서거나, 그렇지 않다면 PX 공급초과가 해소될 때까지 버티고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유업계의 사업다각화가 석유화학·윤활유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BP, 쉘 등 글로벌 석유기업들은 최근 들어 가스발전 부문으로 활발하게 진출해 기존 발전회사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정유사들도 기체 에너지 진출 및 탈탄소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구체적으로 "LNG 공급능력 확보, C1 가스 리파이너리 기반 석유화학 역량 확보 등을 고려해 기체 에너지에 대한 투자 여부를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특히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수송용 연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할 것을 제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GS칼텍스, S-OIL(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는 환율·유가 등 외생변수에 취약한 전통 정유사업에서 탈피,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정유사업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최근 '제로'(0) 수준을 맴돌고 있는 데 이어 석유화학 사업의 핵심인 PX 스프레드까지 반토막나고 있어 정유업계는 '시계제로'인 상황에 처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