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에 공항 여객량 100만명 감소…시진핑 만나는 캐리 람

2019-12-16 07:19
11월 여객량 16.2%↓…글로벌 금융위기 2009년 6월 이후 10년래 최대폭 감소
지난 주말에도 시내 7곳 쇼핑몰서 '크리스마스 쇼핑' 시위…경찰과 충돌
16일 시진핑, 캐리람 면담…어떤 얘기 오갈까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로 홍콩을 찾는 여행객 발길이 끊기면서 지난 달 홍콩 국제공항 여객 규모가 1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약 10년래 최대 폭으로 줄어든 셈이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0월 홍콩 국제공항 승객은 전년 동기 대비 96만9000명, 약 16.2% 줄어든 502만명으로 집계됐다. 월간 낙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 당시였던 2009년 6월(-18.9%) 이후 약 10년 만의 최대치다.

홍콩 시위 장기화로 홍콩을 찾은 승객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올 들어 7월까지만 해도 승객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3만명 늘어나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위가 정점에 달했던 8월부터 11월까지 넉달 새 승객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0만명, 약 12% 줄었다. 8월 85만1000명, 9월 71만명, 10월 80만2000명씩 감소한 것.

8월 초엔 홍콩 시위대의 공항 점거로 이틀간 공항 운영이 마비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당시 홍콩 당국은 홍콩 국제공항 운영이 하루 중단될 때마다 약 20만6000명 승객과 101억6000만 홍콩달러어치 화물 운송에 차질을 빚어 약 2285만 홍콩달러 손실이 발생한다고 집계했다. 

올 1~11월 홍콩 국제공항 누적 승객 수는 모두 6580만명으로, 전년 동비 230만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홍콩 당국이 시위 장기화로 예상했던 200만명 감소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중 무역전쟁 영향에 따른 교역량 부진에 화물 물동량도 줄었다. 통계에 따르면 11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제공항 화물물동량은 3.4% 감소한 45만톤에 그쳤다.

홍콩 시위대가 타이쿠 지역의 시티플라자 쇼핑몰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여객량 감소에 직격탄을 입은 건 홍콩 현지 항공사들이다. 홍콩 3대 항공사인 홍콩항공(HKA)은 경영 상황 악화로 항공사 라이선스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도 운항노선을 축소하고 긴축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홍콩 여객량 감소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 홍콩 정부가 추진한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여섯 달 넘게 이어지면서다.

주말인 지난 15일에도 홍콩 시위대는 시내 주요 쇼핑몰을 돌며 이른 바 '크리스마스 쇼핑' 시위를 벌였다. 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홍콩 사틴 뉴타운플라자, 코즈웨이베이 타임스퀘어, 타이쿠 시티플라자, 침사추이 하버시티 등 시내 7곳의 쇼핑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특히 뉴타운 플라자에선 쇼핑몰 유리창을 깨고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과격 시위를 벌이며 경찰은 물론 시민들과의 충돌도 빚어졌다. '쇼핑의 천국' 홍콩의 크리스마트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러한 가운데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16일 예정된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면담에 이목이 쏠린다. SCMP 등에 따르면 람 장관은 이날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을 만나 올해 업무보고를 한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가 람 장관을 ‘신뢰하고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홍콩 시위 장기화 속 최근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하면서 시 주석이 람 장관을 재신임할지 주목된다. 앞서 일각에선 중국 지도부가 문책성 인사로 람 장관을 내년 3월 교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진=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