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바오류' 불씨 살렸지만 위기감 여전…트럼프 청구서가 온다
2019-12-15 10:32
1단계 무역합의, 관세 부담 경감 고무
美 요구안·2단계 협상 등 난제도 여전
중앙경제공작회의, '안정'만 29회 언급
美 요구안·2단계 협상 등 난제도 여전
중앙경제공작회의, '안정'만 29회 언급
지난 9일 중국사회과학원은 내년 경제를 전망하며 성장률 목표치를 '6% 안팎'으로 제시했다.
'바오류(保六·6%대 성장률 유지)' 기조 유지에 대한 집착으로 비치기도 했지만 나흘 뒤인 13일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가 전격 발표됐다.
애초에 무역합의에 따른 관세 부담 완화와 경제 심리 회복 등을 상정한 분석 아니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역합의는 일시적 화해일 뿐 향후 2·3단계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언제든지 재점화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지난 10~12일 열린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안정(穩)'이 지난해보다 7번 증가한 29회 언급된 데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수뇌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급한 불 껐다 '안도'…美 요구 수용 난감
15일 중국 국영 CCTV 등에 따르면 전날 관영 싱크탱크인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가 주최하는 '중국 경제 연회'가 개최됐다.
연회에 참석한 정·관·학계 인사들의 표정은 밝았다. 지난 13일 미·중 간 무역협상의 1단계 합의가 이뤄진 데 따른 안도감이 느껴졌다.
위젠화(兪建華)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이번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시장의 자신감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미·중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도 이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리다오쿠이(李稻葵) 칭화대 교수는 "중국 경제 성장의 전망이 기대된다"며 "내년 6% 혹은 6% 안팎의 성장률 달성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추가 관세 유예와 기존 관세의 일부 축소라는 결과에도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미국은 이날부터 156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했다. 또 지난 9월부터 12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적용했던 관세율 15%를 7.5%로 낮추기로 했다.
슬로베니아를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현지 취재진에게 "중국은 관세로 무역 마찰을 해결하려는 데 찬성하지 않았다"며 "1단계 합의에서 추가 관세 철폐를 약속하면서 상호 존중의 정신이 구현됐다"고 환영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의 관세 폭탄 때문에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0.4%포인트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 부분이 희석되면 6% 성장률 유지와 경제 심리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합의에는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 식품·농산물, 금융 서비스, 환율 투명성, 무역 확대, 쌍방의 평가 및 분쟁 해결 등이 총망라됐다.
추가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중국이 미국에 크게 양보한 모양새다. 즉각적인 성의 표시도 있었다.
무역합의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을 지난 12일 중국 국무원은 '외국인 투자법 시행 조례'를 통과시켰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투자법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정리한 것으로 외자 기업의 중국 정부 조달시장 진입 허용, 불합리한 세금 징수 금지, 기술 이전 강요 시 처벌, 일방적인 계약 파기 금지 등이 포함됐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건네 올 청구서가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이 앞으로 2년 내에 미국산 농산물과 공산품, 에너지, 서비스 구매를 2000억 달러가량 확대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관심을 모은 농산물의 경우 향후 2년간 매년 160억 달러어치씩 추가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무역전쟁 여파로 중국의 대미 농산물 수입액이 전년 대비 32.7% 감소한 162억3000만 달러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거의 2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중국은 대미 수입 확대와 관련해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산 제품 구매를 이행하는 데 주저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시련의 계절, 현재 진행형
12일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살펴보면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한 중국 수뇌부의 근심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올해 전면적으로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에 안정적 성장, 개혁 촉진, 구조적 조정, 민생 혜택, 리스크 방지와 더불어 '안정 확보(保穩定)'가 추가됐다. 지난 2013년 시진핑 체제가 들어선 뒤 이 표현이 등장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회의 내내 안정(穩)이라는 표현이 전년보다 7번 많은 29회나 등장할 정도로 위기 의식이 상당했다.
특히 불황에 따른 실업률 증가를 우려했다.
리커창(李極强) 총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종료된 직후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며 "6가지 안정(취업·금융·무역·외자·투자·경기전망) 중에서도 취업 안정을 가장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통화 정책 기조와 관련해 지난해 '탄력적인(松緊)'이라는 표현이 '신속하고 원활한(靈活)'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을 예고한 것이다.
리 총리는 "영세기업과 민영기업은 여전히 융자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내년에는 기업대출 금리를 0.5%포인트 더 내리고 5대 국유은행의 경우 마이크로 대출 비중을 20%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내년은 시 주석이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을 공언한 해이자,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이 때문에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국 수뇌부는 소득 수준이 높아진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 발전을 촉진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듯하다.
실제 이번 회의를 통해 3대 공격전의 우선 순위가 금융리스크 관리·환경보호·빈곤퇴치에서 빈곤퇴치·환경보호·금융리스크 관리로 바뀌었다. 농촌 지역의 빈곤 퇴치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셈이다.
민생과 관련해서도 치솟는 물가를 의식한 듯 돼지고기 가격 안정이 언급됐고, 지난해 중점 사업에서 빠졌던 부동산의 경우 투기를 막겠다는 신호를 발신했다.
경제 연착륙을 위한 다양한 수단 중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미·중 갈등 관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무역협상에 즉시 나서겠다며 "(아직 유지 중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1단계 합의 성과를 정치적 위기 탈출과 대선 전략 카드로 활용하면서 2단계 협상을 시작해 대중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랴오민(廖岷)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가장 시급한 건 1단계 합의를 잘 실현하는 것"이라며 즉답을 피한 뒤 "후속 논의가 언제 시작될지는 양측 실무급이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