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미래 전문가들 "여성, 가족, 복지 중심 저출산 정책 재점검해야"

2019-12-12 12:00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제2기 인구정책TF 출범 앞서 간담회 개최
"인구문제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우리 경제 가장 큰 도전"

"정치적인 고려보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필수적인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 

"저출산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저출산 원인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핵심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민청 등 포괄적 이민 정책 전담기관을 설치하자."

12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인구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인구·미래 전문가들은 정부에 이같이 제안했다.

이번 간담회는 제2기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출범에 앞서 전반적인 인구 정책 방향과 TF 운영·과제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재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모두발언에서 "올해 3분기까지 출생아 수는 23만2000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인구문제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이며 더 이상 정책적 대응 노력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향후 더욱 심화할 전망이며,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 요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조만간 제2기 인구정책 TF를 출범해, 1기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과제, 1기 과제 중 구체화가 필요한 과제, 국민 생활에 밀접한 과제 중심으로 과제를 확정해 향후 5개월간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 필요성, 인구정책 TF의 역할과 정책 과제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이삼식 한양대 교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구조·문화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며 정치적인 고려보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필수적인 과제를 선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여성, 가족, 복지 중심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는 저출산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면서 "임신·출산부터 보육, 일·가정 양립까지 저출산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기보다 저출산 원인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핵심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부원장은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 출산율의 획기적 반전 어려움을 고려할 때 출산율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며 "2기 TF는 해법을 제시하기보다 공론화를 촉발하는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 공공정책연구부장은 "인구 구조 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대비해 선제 대응이 긴요하며 인구정책 과제는 개별 부처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처 간 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재준 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장은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 등 일하는 여성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은퇴를 앞둔 고령층의 암묵지(경험과 지식)를 형식지로 만드는 지원 사업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정기선 이민정책연구원장은 외국인 정책의 효율적인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민청 등 포괄적 이민정책 전담기관 설치를 제안했다. 김영란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고출산기에 마련된 사회 시스템이 현재 저출산 시기에도 잘 작동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등등한 여성의 지위를 보장하기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수욱 주택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장은 인구문제의 주원인으로 주거비 부담을 지목하고 지역별 여건에 맞는 주거 안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호 지방행정연구원 지역포용발전실장은 지역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정책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12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구정책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