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변경·미중 악재에 한국증시 휘청
2019-12-05 18:34
외인 21거래일 연속 5조원 순매도
◆MSCI 지수변경에 외국인 이탈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까지 코스피에서 21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며 5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같은 외국인 이탈의 원인으로는 MSCI 지수 변경을 꼽을 수 있다.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된 종목 중 한국 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은 10월 말 12.19%에서 11월 말 11.56%로 감소했다. 이 기간 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 비중은 31.85%에서 34.02%로 증가했다.
이는 MSCI의 지수 정기 변경 탓이다. MSCI는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으로 중국 A주(중국 본토 증시 상장주식)의 신흥시장 지수 내 3차 편입을 완료했다. 10월 말에 지수 내 국가별 비중 기준으로 2위 한국에 이어 3위였던 대만 기업 비중도 11.92%에서 11.72%로 줄었다.
그러나 한 달 새 비중 감소 폭이 더 큰 한국은 국가별 비중 순위에서 대만에 2위를 내주고 3위로 내려갔다. 지수 내에서 한국 비중이 작아지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그만큼 이탈한다.
또 이 지수에서 종목별 비중 4위인 삼성전자 비중은 10월 말 3.71%에서 11월 말 3.51%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수 구성 종목 상위 10위권 내에 있는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미·중 무역 갈등도 갈수록 격화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한 우려도 외국인의 이탈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 10월 1단계 합의 소식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양국 정상의 사인만 남은 듯했던 무역협상은 2개월 가까이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홍콩인권법 서명으로 협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되면서 단기적인 주가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말과 연초 글로벌 증시, 위험자산의 단기 변동성에 대해 확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이달 15일 이전에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무역분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역시 대외 불확실성이 다시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오는 15일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결정을 앞두고 남미, 프랑스에 대한 관세 부과도 거론되고 있어 외국인이 현·선물 동반 매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2100선 회복 가능성은
코스피가 연내 2100선을 회복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홍콩 인권법 통과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우려감도 걷히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권법 통과에 대해 우려감은 여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코스피가 장기 지지선과 저항선 역할을 했던 2100선을 내려온 만큼 해당 수준에서 추가 무역협상 소식에 지지력 테스트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외국인의 이탈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나가는 상황은 아니다”며 “대외 이슈의 소멸과 주요 지표들이 회복세를 보인다면 외국인이 매수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미국 투자회사인 돌턴인베스트먼트의 임성윤 연구원은 법무법인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 및 국회에 드리는 제안-상장 주식시장 및 주식형 공모펀드 정상화' 서한을 정부와 국회에 보내 눈길을 끌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한 불안정한 한국 증시를 정상화해 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는 서한에서 "국민의 자산 증식을 위해선 상장 주식과 주식형 공모펀드가 기본자산 중 하나가 되고, 사모펀드는 부가적 역할을 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한국은 반대"라며 "이는 (상장사들의) 비효율적 투자와 낮은 주주 환원 등으로 발생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