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특감반 수사관 윤석열에 "가족 배려해달라"…검찰, 경찰 압수수색 나서

2019-12-02 17:28
가족, 자녀, 지인들에게 유서 남겨... '윤석열에게 미안하다'는 내용 없어
검찰 "고인의 사망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A 검찰수사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자신의 가족을 배려해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윤 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겼다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백원우 민정비서관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근무했던 A수사관은 전날 서초동 한 건물에서 비극적 선택을 하기 전 A4용지 9장가량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자녀·형제·친구 등으로 수신인이 다른 자필 메모 형식의 유서에는 먼저 가는 미안함과 이들에 대한 당부가 담겼다.

A수사관은 특히 윤 총장 앞으로는 3문장가량의 별도 유서를 남겼다. 그는 "윤석열 총장께 면목없지만,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랍니다"라며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주십시오"라고 덧붙였다.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윤석열 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A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검찰이 별건수사 등으로 A수사관을 전방위로 압박해 온 정황들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특히 A수사관의 개인적 사안까지 꺼내들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건설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골프접대 문제 등이 다시 들춰진 것으로 전해진다.

A수사관은 1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검찰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실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백 전 비서관 등을 상대로 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검찰은 A수사관을 울산으로 불러 백 전 비서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 전달 및 수사 개입 등의 의혹에 관여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수사관은 백 전 비서관이 민정비서관실 직제에 존재하지 않는 별도의 감찰팀을 편성했다는 의심을 받는 '백원우 특감반' 소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에 내려가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고인의 사망경위에 대해 한 점의 의문이 없도록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A수사관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결과 타살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부검 결과 회신까지는 2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을 뿐 해당 사건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굳은 표정 짓는 윤석열 검찰총장 (서울=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며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