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은행권 신탁 판매 허용 두고 논란 가중

2019-11-28 18:28
공모·사모 분리 논란…신탁 허용 시 강력 대책 희석
은행권 "원금 손실 부풀려졌다"…신탁 허용에 총력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은행의 파생결합펀드(DLF) 상품 등 고위험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대책이 나왔지만, 은행의 '신탁' 판매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는 신탁 판매를 허용한 강력한 투자자 보호라는 원칙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은행권은 신탁 판매에 대한 희망이 생기면서 신탁 판매 허용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신탁 판매를 두고 금융위와 은행 간 의견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애초 내세운 신탁 판매 금지 원칙에 강경한 입장이다. 은행권은 과거 상품 판매 현황을 근거로 손실 가능성이 적다며 신탁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주장한다.

애초 발표된 DLF 대책에서는 공모 판단 기준을 강화해 공모 규제 회피사례 발생을 철저히 차단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규정하고 녹취 숙려, 설명 의무, 공시 의무, 판매인력 제한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다.

아울러 은행은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잘 갖춰진 공모펀드 중심 판매 채널로 전환하고 고난도 사모펀드의 은행 판매는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은행들의 불만이 이어 졌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DLF 발표 이후 "은행의 신탁 판매를 공모와 사모로 구분해 공모를 통한 판매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논란의 핵심은 주가연계 신탁(ELT)이 공모냐 사모냐 하는 문제다. 금융위는 ELT에 편입된 ELS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고난도 상품에 해당하고 신탁 형태로 판매해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된다는 점에서 사모 상품이라고 판단한다. 이번 대책의 시작이 '원금손실 가능성'인 만큼 ELT를 허용하면 강력한 투자자 보호 방안이 희석된다는 게 금융위 내부의 생각이다.

반면, 은행은 ELT가 공모에 가깝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편입한 ELT가 공모에 준하는 규제를 받아온 만큼 전체를 사모 상품으로 판단할 근거가 분명치 않다고 주장한다.

은행들은 신탁 판매를 막는 것은 투자자 선택권을 저해하는 것으로 2016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판매된 주가연계 신탁(ELT) 1만7793건 가운데 손실이 난 상품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지수형 ELT의 과거 손실 사례와 투자자 보호 장치 등 자료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ELT에 대한 판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42조원의 시장의 존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은행은 이자수익이 점점 떨어지면서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 DLF 대책이 발표됐을 때 은행의 신탁 판매가 금지됐다고 여겼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공모·사모 분리 발언으로 은행권이 기대를 하고 있다"며 "은행권은 투자자 선택권 저해와 손실 위험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정치권에서도 이번 대책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어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은행의 파생결합펀드(DLF) 상품 등 고위험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대책이 나왔지만 은행의 '신탁' 판매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