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장음과 단음이 재미있다. 동지섣달 기나긴 ‘밤’은 단음이다. 전전반측 노곤한 몸에 아침은 순식간이다. 베개 끝에 봄바람이 깃들면 먼동이 야속하고. ▷반면 긴긴 밤, 화로에 둘러앉아 구워먹는 ‘밤’은 장음이다. 밤꽃 향기에 어질어질하다 푸른 밤송이에 가슴 찔리고, 누런 밤송이에 손 찔리며 밤톨 굽기까지 한 해가 걸린다. 그래 “밤 세지(새우지) 마라” 하소연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청구영언 미상(未詳)씨의 시조가 말 된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 이때의 ‘말’은 장음이다. 천천히, 깊이 생각하고 말하라는 뜻일 게다. 하루 천리를 내닫는 말은 단음이다. 발 없는 말보다도 느린 탓일까. ▷정치인의 말은 자신을 옭아매는 노끈이다. 문재인, 트럼프, 아베 모두 말이 앞선다. 불여수중(不如守中)이다.◀ <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