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또 이사가?"…30년째 제자리 임대차보호법 처리 20대 국회도 넘길 듯
2019-11-26 10:27
여야 본회의·민생법안 처리 합의했지만 상임위서 계류 중
세입자 보호를 위해 추진돼온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결국 내년 5월까지인 20대 국회 임기 중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여야가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본회의 전 문턱이자 상임위원회인 법사위도 넘지 못한 탓이다.
2년마다 이사하거나 임대료를 올려줘야 하는 전월세 가구의 주거불안 해소에 힘쓰겠다던 정부와 집권당의 공약은 달성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소위원회가 열리지 않는 주요 원인으로는 여야 이견 없이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꼽았다. 각 당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무소속 박지원 의원까지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의원마다 찬반 여부를 확인해왔던 참여연대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측에서도 한 의원이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다수는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은 만큼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관련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민주당은 이번 20대 국회에 계류된 30여건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한 바 있다.
개정안의 요지는 현행법상 임대료 인상률이 연 5%로 제한돼 있지만, 임대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를 임차인이 거부할 경우 계약 연장이 불가능한 허점을 해소하는 데 있다.
현행 최대 2년의 계약 기간이 만료됐을 때 집주인이 올린 전셋값이나 월세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임차인이 내쫓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6월과 9월 당정은 임차인이 원한다면 임대료 인상률 연 5% 이내에서 최대 6년 또는 8년까지 전월세 계약갱신을 보장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민단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지난 1989년 개정 이후) 30년 동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그대로인 걸 보면 국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개정에 소극적이었거나 반대했던 의원들을 심판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입자와 청년, 주거 관련 시민단체로 구성된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는 지난 25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세입자 살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촉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8일부터 2일간은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연다.
지난 25일 광화문에서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정부와 국회에 전하는 한 마디로 “세입자를 위해 입법을 꼭 해주세요”라거나 “일해라 국회”, “무주택자 정책 제대로 해라” 등의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국토부의 2018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주택 가구 중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비율은 36.4%에 달한다.
또 평균 거주기간은 자가 가구가 10년 7개월인 반면 보증금 있는 월세 거주자와 전세 거주자는 각각 3년 4개월과 3년 3개월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민간임대주택 비율이 비슷한 독일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이 12년 8개월인 것과 비교해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