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스쿨존] 불공정한 스쿨존…과속단속카메라, 경찰단속 '빈익빈 부익부'

2019-11-24 15:25
서울시내 55대 과속단속카메라 중 10대가 서초구에 있어
11개 구 266개 초등학교 스쿨존에는 과속단속카메라 0 대
설치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경찰 순찰도 지역별 격차 심해
"불법주정차도 사고 큰 원인인데…단속 제대로 해야"

 

 


0대 VS 10대. 서울시 서초구와 영등포구의 어린이안전구역(스쿨존) 내 설치된 과속단속카메라 수의 차이다. 서초구와 영등포구 내 초등학교 수는 24개와 23개로 엇비슷하지만, 단속카메라의 수는 불공정했다. 단속카메라가 한 대도 없는 곳은 영등포구뿐만이 아니다. 서울 시내 25개 구 중 무려 11개 구 스쿨존에는 단 한 대의 단속카메라도 없다.

최근 스쿨존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주경제 기획취재팀이 직접 서울시 곳곳 스쿨존 현황을 취재했다. 서울 및 수도권 총 11개의 초등학교의 등굣길 현장을 비교한 결과 단속카메라 대수뿐만 경찰 배치 등 곳곳에서 '안전의 불공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과속단속카메라 0대 수두룩····서초구는 2.4개 학교당 1대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78 서초초등학교 앞 시속 30㎞ 과속단속카메라가 학교 정문 앞에 설치돼 있다. 지난 22일 직접 확인한 서초초등학교의 등굣길은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차들은 높은 과속방지턱과 과속단속카메라 덕분인지 규정속도를 지키며 서행하고 있었다.

서초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장을 맡은 신성혜(39)씨는 "학교 앞에 과속단속카메라가 있어 거의 찍히니 대부분 (차들이) 속도제한을 지킨다. 정말 유용하다"고 말했다. 신 씨는 "서초구 내 12개 학교는 각 녹색어머니회장 대표가 경찰들과 월 1회 회의를 하며 관할 경찰 교통계와 문제와 개선점에 대해 논의한다"면서 "(교통안전) 캠페인을 하는 날에는 경찰관들이 같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관할파출소에서는 수시로 나와 순찰한다"고 말했다.

서초초등학교에서 900m 떨어진 서이초등학교 앞에도 시속 30㎞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돼있다. 때문에 등교 시간은 물론 평소에도 주변을 지나는 대부분의 차들은 서행을 하게 된다. 서이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교 앞에서 조금 벗어난 주변에도 스쿨존 제한 속도인 시속 30㎞ 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서이초 주변에만 2대의 스쿨존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는 셈이다.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는 스쿨존 내 차들의 속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의 하나로 꼽힌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초등학교 4학년생 학부모인 김 아무개(45) 씨는 "지난 2015년에 학교 앞에서 한 아이가 택시와 접촉사고가 나서 구청에 단속카메라 설치 민원을 넣었다. 근데 거의 4년이 지나서야 겨우 단속카메라가 설치됐다"면서 "학부모 자원봉사자와 속도측정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빠르게 달리는 차들이 많아 여전히 불안했는데 이제라도 설치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등학교 앞에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사진=신동근 기자 ]


서울시 제공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 초 기준으로 서울 시내 스쿨존 내 설치된 과속단속카메라는 총 55대. 이 중 10대가 서초구에 집중돼있다. 서울시 25개 구 중 영등포구를 비롯한 11개 구에는 단 한 대의 과속단속카메라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들 지역 내 초등학교 수가 적은 것도 아니다. 송파구 39개, 강서구 36개를 비롯해 양천구와 은평구 각각 30개 등 총 266개에 달한다. 그런데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설치된 과속단속카메라는 1대도 없는 것이다.

반면 서초구 전체 초등학교(24개) 기준 2.4개 학교당 1대의 과속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셈이다. 서초구 외 강남구(6), 강북구(7), 관악구(7), 동대문구(7) 등 4개 구에 과속감시카메라 절반 정도가 몰려있었다. 이들 관할 내 초등학교 수는 90개로 평균 3.2개 학교당 1대의 카메라가 설치된 셈이다.

스쿨존 내 과속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 않은 11개 구와 나머지 1~3대 설치에 그친 다른 구들도 열악한 상황은 마찬가지. 무려 42개의 초등학교가 몰려있는 노원구의 경우 스쿨존 과속단속카메라는 2대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올해 1월부터 스쿨존 현장 조사를 시작했으며, 현재 28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초까지 설치가 완료될 예정이다. 김종민 서울시 보행정책과 주무관은 "어린이보호구역 단위 단속카메라 설치 법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한 번도 스쿨존에 초점이 맞춰져서 CCTV 설치사업이 진행된 적은 없으며, 서울시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현재처럼 지역 내 스쿨존의 과속단속카메라 대수가 극심하게 차이 나는 이유는 설치를 위한 조건이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주문관은 "자치구 시민들이 민원을 넣거나 사고가 발생해서 설치하게 된 경우도 있고, 경찰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설치 지원을 요청한 경우도 있다"면서 "예산의 출처 역시 설치 경위에 따라 시의 예산 혹은 구청의 예산이 들어가는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등굣길 경찰관 배치도 달라…어린이보호구역 식별 표시도 차이

과속단속카메라뿐만 아니라 교통경찰 안전지도 및 어린이보호구역 표시 등 다른 안전환경에서도 초등학교별로 큰 차이가 났다. 지난 21일 등교 시간 강남구와 서초구에 위치한 6개 초등학교 앞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2~3회 경찰 인력이 순찰하며 안전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윤 아무개(29) 순경은 "대치지구대에서는 관할 초등학교에 모두 교통안전 지도 인력을 다 파견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강남경찰서, 수서경찰서 관할 대부분 교통안전 지도를 한다"고 말했다.

대치지구대의 경우 보통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초등학교 앞으로 나와 9시까지 어머니회, 보안관과 교통안전 지도를 한다. 윤 순경은 "매일 관할 모든 초등학교에 인력을 배치하며, 학교 앞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다른 곳에서 긴급 신고 들어오면 철수해서 현장으로 출동한다"면서 "교통안전뿐만 아니라 납치 등에도 신경 쓴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아침 등교 시간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 서초초, 서울교육대학교 부설초 등 3곳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은 교통경찰들이 등굣길 순찰을 하거나 교통지도에 대부분 나서고 있다고 답했다.

서초구 서초중앙로 96 서울교대 부설초등학교 5학년 박보배 학생의 학부모는 "서초연합어머니회에 가입한 학교에만 경찰들이 가서 지도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활동이 너무 많아서 (이 학교는) 가입을 하지는 못했다"라면서도 "다만 그래도 경찰들이 자주 순찰을 해주기는 하고 1년에 한두 번 아이들 안전교육하고 캠페인 진행해준다"라고 말했다.

교통경찰의 아침 등굣길 순찰이나 교통지도는 각 관할서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의 교통지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1일 강서구 등양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최 아무개(48) 씨는 "이 시간 경찰관이 나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 씨는 "경찰이 의지가 있으면 좀 더 강력하게 단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기 아침에 나와보면 필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일정 기간 경찰이 지도를 하다 보면 운전하는 사람들도 조심하는 습관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경기도 시흥시 대골안길 31 대야초등학교의 학부모들도 등교 시간 경찰들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대야초의 경우에는 주변에 불법주정차된 차들이 많아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야초등학교 앞에서 정부 일자리 차원에서 교통지도를 하는 김 아무개(58) 씨는 "신호등 표시가 제대로 돼 자동차 속도를 늦추고 교통경찰들이 지도에 나서면 더욱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단속카메라가 주변에 2대나 있는 서이초등학교 주변에는 불법주정차단속 CCTV 덕분인지 불법주정차 돼 있는 차량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서이초 앞에는 옐로카펫(yellow carpet, 어린이 횡단보도 대기소)도 눈길을 끌었다. 옐로카펫은 어린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게 하고 운전자가 이를 쉽게 인지하도록 하기 위해 바닥 또는 벽면을 노랗게 표시하는 교통안전 설치물이다. 옐로카펫 미설치 횡단보도보다 옐로카펫이 설치된 횡단보도에서의 감속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언북초등학교 후문에 세워진 서행경고 표시물들 [사진=홍승완 기자 ]


강남구 삼성로 135길 언북초등학교의 경우 학교 후문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200-300미터가량 도로가 빨갛게 표시돼있어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초등학교 입구로 이어지는 4개의 전봇대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이란 표시가 달려있어 경각심을 높이고 있었다.

언북초 후문에서 교통안전지도를 하는 보안관은 "초등학교 입구로 이어지는 일방통행 도로는 방지턱과 전봇대,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이 설치돼 있으며, 운전석 입장에서 봤을 때 전체적인 시야가 노란색이다. 그 때문에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는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강남구 선릉로 64길 도곡초등학교의 경우 정문 바로 앞 도로에 속도측정기가 있다. 후문에는 모두 자동차들의 감속을 위한 방지턱이 설치돼있다. 8시 20분부터 50분까지는 학교 앞에 자동차가 못 다니도록 한 차선을 막아 아이들의 등교 안전을 돕고 있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로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며, 속도와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스쿨존 시작 부분과 종점 부분을 확실하게 표기하는 게 중요하다"라면서 "현실적으로 과속단속 카메라를 모든 곳에 설치하기는 어렵겠지만, 내리막과 직선도로 등에는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져 발생하는 사고가 잦은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 지나치게 넓은 이면도로 폭은 3m 미만으로 확실하게 줄이는 등 불법주정차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