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벤처캐피탈 전담 관리하는 감사역 생긴다

2019-11-25 08:18
모태펀드 내년 1조원 추가 투입 계획...전문 인력 필요성 증가
벤촉법 통과되면 시행령으로 역할 규정
VC업계 “투자회수 잘 되는 방향이라면 기대”

모태펀드에서 출자받아 자펀드를 운용하는 벤처캐피털(VC) 전담 관리 감사역이 생긴다. 제2벤처 붐 확산과 함께 모태펀드 조성 규모가 커지고, 이 자금을 운용하는 VC 숫자도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24일 VC업계에 따르면 모태펀드 투자관리전문기관 한국벤처투자는 내년 감사역을 새로 충원할 계획이다. 이들은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 심사역과는 달리 투자가 진행된 뒤 사후관리를 전담하는 역할을 맡는다. 해당 명칭은 감사역, 검사역 등으로 논의 중이고, 채용 규모는 10명 내외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모태펀드는 안정적인 벤처투자재원 공급을 위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2005년 결성됐다.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출자한 모태펀드는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데, 민간 투자조합에서 조성한 자펀드에 모태조합이 출자해 이를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모태펀드는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2017년 추경을 통해 8000억원이 출자됐고, 2018년 4500억원, 2019년 2900억원에 이어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1조원의 추가 투입이 계획돼 있다. 올해 9월 기준 모태펀드 조성액은 4조5217억원에 달한다.

모태펀드 성장과 함께 자(子)펀드로 불리는 모태펀드 출자펀드 수도 늘었다. 2010년 186개에 불과했던 자펀드는 2018년 617개로 늘었고, 올해 9월 기준 722개를 기록했다. 출자펀드의 투자금액 또한 17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벤처펀드 규모는 9월 기준 25조7000억원 수준인데, 이 중 모태펀드 출자 펀드가 전체 60%를 넘는 만큼 벤처‧스타트업계에서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등을 관리하는 금융감독원의 검사역과 달리, 한국벤처투자의 감사역은 비상장 기업 투자에 주력하는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를 관리하게 된다. 그동안 중기부 투자회수관리과에서 이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모태펀드 규모가 커지고, VC 또한 대폭 늘어나면서 관리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인력을 뽑고, 이를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출자하면 VC와 규약을 맺고 한국벤처투자가 출자자로서 규약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 왔지만, 워낙 펀드가 많아지면서 (이를 운용하는 VC)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며 “(감사역의 역할은) 창업투자회사의 규약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 등인데, 시행령을 통해 범위를 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벤촉법(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안) 개정을 진행하는 상황이고, 모태펀드에서 출자 안 한 펀드에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지 등은) 시행령을 정할 때 위임사항으로 이야기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K-스타트업 위크 컴업 2019' 기자회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사진=연합)]


업계에서도 새로운 제도 도입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펀드 출자와 사후관리가 일원화 돼 있었는데, 관리 측면에서 투명성이 강화되면 투자 회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VC업계 관계자는 “중기부 조직도 벤처투자과와 투자회수과로 나뉘어 있는데, 자금을 배분하는 것과 배분된 자금을 관리하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며 “모태조합 조직이 커지다 보니 투자와 사후관리를 나눌 것이냐 합칠 것이냐 판단에서 (감사역 신설로) 결정한 것 같다. 정부가 VC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VC 입장에서도 관리자들과 의사소통이 잘 돼 투자회수에 긍정적이라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