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 번역 '파파고' 브라우저 '웨일' 진화... 구글·MS와 정면승부

2019-11-11 15:30
파파고 오프라인 번역 실시... 글로벌 기업만 하던 AI 모델 압축 성공
웨일 2.0 업데이트로 PC-모바일 연결... LG전자 퀄컴과 손잡고 영토 확장

포털기업에서 인공지능(AI)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네이버의 전략이 하나둘씩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AI 기업만 가능하다고 여겨진 AI 모델 압축 기술을 완성해 오프라인 번역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자체 웹브라우저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글로벌 IT 기업의 인터넷 패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록 글로벌 IT 기업에 비해 한발 느린 행보지만, 따라잡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해 나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네이버 오프라인 번역 선봬... 구글·MS 등 AI 번역 선도 기업 따라잡았다는 평가

11일 네이버가 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에 오프라인 번역 기능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번역은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해외에서도 번역 서비스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오지 또는 무선인터넷 음영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파파고 오프라인 번역은 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등 총 4개 국어 12개쌍 언어에 적용됐다. 사전에 10MB(메가바이트) 내외의 언어팩을 설치하면 인터넷 연결이 끊어져도 3개 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 이용자의 스마트폰과 인터넷 연결이 끊기면 파파고 역시 자동으로 오프라인 번역 상태로 바뀐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번역 AI 모델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번역 서비스와 달리 오프라인 번역은 AI 모델의 규모를 줄이는 AI 모델 압축이라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AI 번역 업계의 선두주자인 구글의 경우 2016년 7월 상용화에 나섰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일부 AI 기업만이 이 기술을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네이버는 구글의 AI 모델 압축을 따라잡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자신감이 생겼다. 30~50MB 정도의 구글 언어팩과 달리 네이버는 10MB 정도의 언어팩만 설치하면 된다. 그만큼 압축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실생활에 이용되지 않는 어려운 어휘를 쓰지 않는 이상 온라인 번역과 오프라인 번역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을 고도화했다.

신중휘 파파고 리더는 “파파고 오프라인 번역은 AI 번역 모델을 소형화해 작은 용량으로도 효율적으로 AI 번역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사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언어의 장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브라우저 '웨일' 2.0 업데이트... LG전자·퀄컴과 손잡고 글로벌 영토 넓혀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브라우저 ‘웨일’의 업데이트를 실시했다. 이번 웨일 2.0은 모바일 앱에서 보던 뉴스와 동영상, 사이트 화면을 PC에서도 이어볼 수 있는 ‘연결성’이 특징이다.

이는 새롭게 추가된 ‘사이드 바’에서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구글 ‘크롬’의 ‘즐겨찾기’ 기능과 유사하다. 차이점은 즐겨찾는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네이버 메일, 메모, 파파고, 오디오클립과 같은 네이버의 다양한 기능들도 넣을 수 있다.

사이드 바에 있는 녹색 버튼 ‘그린닷’을 누르면 앱에서 보던 웹사이트가 나온다. 모바일에서 보던 동영상은 PC에서 큰 화면과 높은 해상도로 시청할 수 있다. 모바일 앱에서 ‘킵(Keep, 저장)’한 문서도 PC화면의 그린닷을 누르면 볼 수 있다. 킵은 네이버 앱에서 사진이나 파일, 메모 등을 저장하는 기능이다.

이 사이드 바는 인공지능(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와 네이버판 팟캐스트인 ‘오디오클립’을 웹앱으로 제공한다. 웹앱이란 일반 웹페이지를 앱처럼 만들어 브라우저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에서 여러 정보를 검색하다가 외국어를 번역하고 싶을 때 파파고를 별도 창으로 띄워 바로 사용하는 식이다. 오디오클립도 웹앱으로 기본 탑재돼 있다.

네이버는 이 같은 기능이 PC와 모바일에서 여러 작업을 수행할 때 유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우측에 추가된 사이드 바[사진=네이버 제공]

사이드 바는 네이버 메일과 블로그, 밴드, 카페와 같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소식을 한 곳에 모아 제공하기도 하고, 네이버 지도로 음식점 위치와 리뷰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웨일의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은 지난 6월 기준 4.3%로 5위다. 구글의 크롬이 51.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애플의 사파리(13.2%), 삼성전자 인터넷(12.2%),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11%) 순이다. 그러나 웨일이 지난해 점유율이 0%대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스마트폰, 통신칩셋 제조사와 손잡고 웨일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LG전자와 손잡고 LG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웨일을 개발하기로 했다. 적은 전력으로 브라우저를 구동할 수 있는 기술과 빠른 응답속도를 구현하는 가속화 기능을 중점적으로 개발한다. 두 회사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글로벌 가전제품 전시회 ‘IFA 2019’에서 LG 듀얼 스크린에 최적회된 웨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같은달 네이버는 퀄컴과도 손을 잡았다. 퀄컴의 모바일 칩셋 스냅드래곤이 들어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웨일이 빠른 속도로 구동되도록 최적화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이번 협업에 대해 “웨일이 글로벌 브라우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일의 파파고 웹앱 이미지[사진=네이버 제공]